일제 강점기 병원ㆍ여관 등 고스란히… 경주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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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속 일본’으로 불리는 경북 경주시 감포읍 일대 옛 일본인 집들이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
경주시는 일제 강점기 때 어업 전진기지였던 감포읍 일대에 일본인들이 건축한 적산가옥을 근대역사문화자산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적산가옥은 적의 재산 혹은 적들이 만든 집이라는 뜻으로, 일제 강점기 한국에 살던 일본인들이 지은 건축물을 가리킨다. 경주시는 적산가옥을 보완해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 지방 중소도시의 관광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감포읍 일대는 중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두고 양쪽으로 2층 규모의 옛 일본인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약 100년 전 일본인들이 운영했던 병원을 비롯해 마을 금고 조합장의 관사, 술집, 여관, 목욕탕, 일본인들이 제사를 지냈던 신당까지 남아 있을 정도다. 특히 일제 강점기 감포읍장이 살았던 집과 감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일본인 사업가의 별장도 있고, 지하로 콘크리트 벙커를 만들어 젓갈을 보관하던 근대기 창고를 갖춘 건물도 남아있다.
이처럼 지금도 일본의 옛 거리처럼 과거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일부 건물은 노후화해 수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경주시는 적산가옥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 산역사의 학습장이자 일본 문화를 재해석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감포읍 감포리 390 일원에 국비 86억5,000만원, 지방비 86억5,000만원 등 총 173억원을 투입해 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 3월24일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사업에 감포읍 주변 적산가옥 및 거리 재생 사업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최종 선정되면 비교적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20곳을 포함해 근대가옥 약 50곳의 복원과 수리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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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경주시 미래사업단장은 “감포항 주변 적산가옥을 비롯해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해 경주를 새로운 관광중심 도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며 “역사문화자원의 적극적인 보존과 활용으로 지역재생 활성화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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