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마스터스 개막
‘꿈의 무대’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오거스타GC)에선 매년 개막 전야마다 역대 우승자들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챔피언스디너(Champions Dinner)’ 행사가 열린다.전년도 우승자가 ‘그린재킷 선배’들의 저녁식사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대신,메뉴는‘쏘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하는 식사자리다.메뉴선택권을 쥔 전년도 챔피언들은 저마다 자신이 즐기는 고급 음식을 선보이는데,자국또는 고향을 대표하는 독특한 음식을 만찬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1989년 스코틀랜드의 샌디라일(61)은재료나 모양새가 우리나라의 순대와 비슷한 ‘하기스(haggis)’를 올려 두고두고 회자됐다.하기스는 송아지나 양의 내장을 잘게 다져 동물의 위장에 넣어 삶는 요리다.골프다이제스트에서 선정한 ‘챔피언스 디너의 별난 메뉴 13가지’엔 하기스와 함께2001년 비제이싱(56ㆍ피지)이 내놓은 치킨 파낭 커리, 2009년 트레비 이멜만(40ㆍ남아공)이 추천한 남아공 가정식 보보티, 2014년 애덤 스콧(39ㆍ호주)의 고향에서 나는 ‘모어튼 베이 벅스(곤충처럼 생긴 일종의 바닷가재)’등이 포함돼 있다.
내년 이 만찬에 한식을 올리지 말란 법도 없다.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한 출전 자격을 얻은 김시우(24ㆍCJ대한통운)가 오는 12일(한국시간) 오거스타GC에서 자신의 세 번째 마스터스 대회에 출격한다.시즌 초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는 그가 우승한다면 내년 챔피언스 만찬에서 타이거 우즈(44ㆍ미국)가 한식을 한 술 뜨며 “좋아요” “대박”을 외치는 유쾌한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단 얘기다.
김시우는 자신감을 보인다.이틀 전 막을 내린 발레로 텍사스 오픈을 공동4위로 마친 뒤 마스터스 대회 주최측이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오거스타로 이동한 김시우는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대회 3라운드까지의 샷 감각이라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실제 그는 최근 열린 발레로 텍사스 오픈을 포함해 이번 시즌 4차례나 ‘톱10’에 들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재작년 첫 출전 때 컷 탈락한 그는 지난해 공동 24위까지 올라서며 경쟁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거스타GC는 수월한 그린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높은 코스 난이도 탓에 선수들이 ‘아멘(Amen)’이란 탄식을 외친단 뜻에서 붙여진 ‘아멘 코너(11~13번홀)’와 더불어 이번 대회에선 특히 전장을 40야드 늘려 495야드 코스가 된 5번홀(파4)이 승부처로 꼽힌다.김시우도“이 곳(오거스타GC)은 정말 경험이 중요한 곳”이라면서 “두 번째 출전했던 지난해에야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경험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수십 년 전 출전한 선수도 코스 구석구석을 다 알진 못할 것”이라면서 “그린 주변에서 어떻게든 타수를 잃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나름의 전략도 내놨다. “그린도 빠르고 경사가 심해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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