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시즌’을 치르겠다던 류현진(32ㆍLA 다저스)의 약속이 불과 3경기 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개막전 선발로 시작해 2연승을 달리며 역대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기에 더 아쉽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에게 3-4로 패한 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류현진을 부상자 명단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현진은 이날 선발 등판했지만 2회말 2사 후 마일스 미콜라스에게 초구를 던진 뒤 몸에 이상을 느꼈고 왼손을 들어 더그아웃에 사인을 보냈다. 그리곤 로버츠 감독과 잠시 대화 후 자진해서 강판했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류현진이 지난해 5월에 다쳤던 부위인 왼쪽 내전근(사타구니 근육)에 통증을 느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3일 애리조나전에서 다쳐 3개월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던 바로 그 부위다.
류현진에게 이날은 2013년 빅리그 데뷔 후 100번째(선발 99경기, 구원 1경기) 마운드에 오른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이는 코리안 빅리거 역대 5번째였고, 사상 첫 개막 3연승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시작부터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아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1회말 1사 후 폴 골드슈미트에게 시즌 첫 볼넷을 허용했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완벽했던 제구력이 흔들린 것이었다. 2사 1루에서는 마르셀 오수나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허용하는 등 1.2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2실점했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팔꿈치, 어깨, 엉덩이, 발 등 크고 작은 부상으로 총 8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특히 사타구니 부상만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4월 처음으로 사타구니 통증을 느껴 쉬었고, 지난해엔 사타구니 근육 손상으로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8월 16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105일 만에 복귀했다. 더 이상 부상 없는 시즌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으로 자유계약선수(FA) 계약도 1년 미루고 목표 승수를 20승으로 정했던 류현진으로서는 화가 날만도 하다.
주축 선발 자원이 모조리 부상을 당한 다저스도 마운드 운용에 빨간 불이 켜졌다. LA 타임스는 “다저스가 1주일 만에 패배를 당했지만, 이보다 더 큰 손실은 류현진이 사타구니 부상으로 당하며 교체됐다는 점이다”라면서 “오는 10일 커쇼가 더블A 재활 등판하고, 주말에 복귀전도 치를 예정이지만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당장 류현진을 대신할 팀 내 최고의 투수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짧은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도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와는 느낌이 무척 다르다. 지난해에는 통증을 느꼈을 때 '심각한 부상이다'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리며 "이번에는 부상을 방지하고자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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