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 등을 면제받는 고교 무상교육 방안이 9일 당정청 회의에서 확정됐다.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시작해 2021년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논란이 돼 온 연 2조원의 재원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되, 올해는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안정적인 예산 편성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은 고교 무상교육 완성은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사회정책의 핵심 과제다.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인 ‘교육받을 권리’ 실현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ㆍ고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가 우리뿐이라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무상교육을 통해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낮춰준다는 의미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재원 확보 방안이다. 정부는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벌써 교육청별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달 “고교 무상교육은 국가가 책임지고 예산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낸 것을 보면 진행 과정에서 파열음이 생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구나 정부의 재원 확보 방안은 2024년까지가 시효로 돼 있고 그 후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저 “재정 부담과 학령인구 변동, 교육정책 여건 등을 감안해 마련한다”는 막연한 답변만 내놓았다. 이런 불투명한 여건에서 정부 발표대로 정책이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당초 정부는 무상교육 2020년부터 시행 계획을 지난해 말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취임하면서 덜컥 1년을 앞당겼다.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른 ‘유은혜 구하기’라는 지적이 나왔고, 총선용 선심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어떤 경우든 교육을 정치적 의도와 결부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교육계는 물론 국민들도 박근혜 정부 시절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기억이 생생하다. 고교 무상교육도 그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교육청은 재원 확보 방안을 더 긴밀히 협의해 차질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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