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외손녀 김알라씨
“우리는 뼛속까지 한국인입니다.”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고려인 김알라(78)씨의 말이다.
그는 “러시아 등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려인들은 ‘나는 한국사람’이라고 말하고,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와 연해주로 갔던 분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정착했는데 한국이 이제는 그들을 품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외할아버지 홍범도 장군은 1907년 의병을 모집, 투쟁 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건너갔다. 1920년 청산리전투에서 일본군 37여단 1만5,000여 명과 맞서 싸워 승리하는 등 항일독립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이후 1937년 스탈린의 한인강제이주정책에 의해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옮겼다가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1943년 10월 숨을 거뒀다.
김씨 또한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현재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살고 있다.
그의 이번 방한은 경기도가 3ㆍ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 행사에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9일 오전 경기 수원시에 있는 라마다 호텔에서 만난 김씨는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내가 한 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아버지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게 전혀 없다”며 “다만 할아버지께서 숨을 거두실 때 나를 품에 안고 계셨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3년 동안 지병을 앓은 터에 태어난 외손녀다 보니 유독 예뻐했다는 것이다. 왼손 주먹으로 곰을 때려 잡을 만큼 힘이 셌다는 정도만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첫 방문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한 차례씩 방문한다고 한다. 그는 “2007년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 할아버지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며 “조국에 돌아가는 게 꿈이셨다고 했는데 그 꿈을 제가 대신 이루게 됐다. 그래서 당시 러시아의 흙을 가져와 한국 바다에 뿌리며 할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드렸다”고 했다.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외할아버지의 독립운동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고려인들의 독립운동을 담은 서적이 거의 없어 한계가 있는 만큼 한국에서 관련 서적을 많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나 조차도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한 사실 정도만 알 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고려인들의 역사를 담은 책이 많아 아이들이 쉽게 접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우리 고려인을) 기억해 주는 것에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3ㆍ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에 전쟁 없는 영원한 평화가 계속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o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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