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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장 양극화… 실수요자 ‘똘똘한 한 채’ 선호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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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장 양극화… 실수요자 ‘똘똘한 한 채’ 선호 더 강해졌다

입력
2019.04.10 04:40
수정
2019.04.10 07: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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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까지 9만5000여 가구 분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연초부터 침체에 빠졌던 분양시장이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달에만 4만7,000여 가구가 쏟아지며 분양 성수기의 막을 연다. 그러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인기지역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반면, 비인기 지역은 여전히 찬바람만 부는 등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9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이달 4만6,959가구를 비롯해 다음달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9만5,734가구(임대 아파트 제외)에 달한다. 올해 분양물량(29만4,773가구)의 32.5%가 두 달 사이에 몰린 셈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작년 같은 기간(3만795가구)보다 1.7배 늘어난 5만2,563가구가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연기 등으로 일정이 밀렸던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선택 폭이 넓어진 올 봄이 실수요자들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물량. 강준구 기자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물량. 강준구 기자

◇지역마다 다른 청약 성적

그러나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청약 미달 우려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수도권 내에서도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성적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 3구역을 재개발하는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11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636명이 몰려 평균 31.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59㎡의 경우 13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1,361개가 몰려 10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939가구를 모집한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의 ‘힐스테이트 북위례’에는 7만2,570명이 몰려 평균 7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전용 92㎡는 146가구 모집에 1만8,387명이 몰리며 평균 125.9대1을 기록했다.

반면 수도권 외곽 단지들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달 경기 평택시 합정동 ‘평택 뉴비전 엘크루’는 모집 가구 수가 1,391가구에 달했지만 1,2순위 모두 합쳐 70여명이 신청하는데 그쳤다. 시흥시 월곶동 ‘부성파인 하버뷰’는 293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 접수자가 105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검단 대방노블랜드 1차’는 1순위 청약 7개 모든 타입에서 미달이 났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된 민영주택 28개 단지 중 12개 단지(42.9%)가 1순위는 물론 2순위에서도 청약 마감에 실패했는데, 특히 경기ㆍ인천 지역은 분양에 나섰던 6개 단지 모두 잔여물량이 나왔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대ㆍ대ㆍ광(대구 대전 광주)’이라 불리며 지방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대전에서는 유성구 ‘대전아이파크시티’ 1단지(56.6대 1)와 2단지(86.4대 1)가 모두 1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비슷한 시기 청약을 진행한 충북 진천군, 전남 장성군 등에서는 90~100여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1~3명에 불과했다.

4~5월 분양물량 변화. 강준구 기자
4~5월 분양물량 변화. 강준구 기자

◇청약통장 사용에 신중해진 실수요자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부동산 시장 냉각과 대출 규제 강화로 예전보다 신중해진 실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될만한 곳’에만 꺼내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값 상승기엔 ‘묻지마 청약’에 나섰던 사람들이 실거주 여건과 교통 호재, 집값 상승 가능성 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곳을 꼼꼼하게 따져본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9ㆍ13 대책에 따른 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시장이 무주택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회는 한 번뿐’이라는 심리도 더 강해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과거에는 ‘신도시는 오른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젠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청약통장을 사용할 기회가 줄어들고 대출규제까지 강화돼 실수요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경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도 청약통장을 끌어 모으는 데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힐스테이트 북위례 분양가는 3.3㎡당 1,833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30% 정도 저렴하게 책정됐다.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평균 2,400만원) 역시 서울 신규아파트 평균 수준 분양가(2,516만원ㆍ2월 기준)보다 다소 낮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위례의 흥행에는 서울과 가까운 입지 조건에 더해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3억원 가량의 차익 기대감이 있는 게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유동성은 풍부한 편이지만, 기존 주택을 살 경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투자매력이 있는 지역의 청약을 틈새시장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당분간 청약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지조건과 분양가 등에 따른 옥석 가리기와 인기 지역의 청약 쏠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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