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국 군대에 대해 처음으로 ‘테러단체’ 지정
이란 강력 반발… 미ㆍ이란 관계 최악 치달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일(현지시간)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미 정부가 외국의 정규 군대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2015년 이란과 서방국가들이 맺은 핵 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지난해 탈퇴한 데 이어, 대(對)이란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악화한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로이터ㆍ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늘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국가 차원에서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있으며, 혁명수비대는 적극적인 행위자라는 현실을 인식한 데 따른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밝히면서 “세계 각지의 기업과 은행들은 이제부터 이란 혁명수비대와 어떤 방법으로도 금융거래를 수행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확실히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혁명수비대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라는 뜻이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이번 조치는 이란을 고립시킬 것이며, 미국은 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이란의 계속되는 테러조직 지원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미국 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미국은 혁명수비대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개인 또는 법인을 ‘테러리즘 지원’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을 뿐, 이란의 정규군인 혁명수비대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아 왔다.
그러나 미국이 결국 이란을 상대로 이같이 초강수를 둠에 따라, 두 나라 사이는 더욱 더 악화하게 됐다. 이란 국영TV는 미국의 발표 직후 “어떤 국가도 타국 군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법적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불법적’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모하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트위터에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행동이 미국에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라는 걸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의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도 “미국이 그런 어리석은 움직임(테러조직 지정)으로 이란의 안보를 위험하게 한다면, 우리는 이슬람 통치 체제의 정책에 기반을 둔 상응 조처를 실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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