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극단적 선택 가능성 적다” 여자친구 입건
지난해 경기 부천시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로부터 약물을 투약 받은 뒤 심장마비로 숨진 30대 남성의 유가족이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21일 부천시 한 모텔에서 숨진 A(30)씨 누나라고 밝힌 B씨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천 링거 사망사건 누나입니다.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B씨는 청원 글에서 “제 동생은 자살해서 죽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3년 전 남동생이 실수로 빚을 지게 됐지만 개인회생이 잘 처리돼 안정을 찾게 되고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하늘나라로 가기 3일 전 관련 자격증을 막 취득한 상태였다”라며 “아버지에게 받은 월급으로 회생절차에서 정해진 채무도 꼬박꼬박 변제하고 있었는데, 남동생이 금전적으로 힘들어서 자신을 죽여 달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썼다.
B씨는 “C씨는 과거 2016년 8월쯤 근무하던 병원에서 프로포폴, 디클로페낙, 항생제, 주사기 등을 훔친 사실이 있다”면서 “철저하게 조사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청원 글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6,6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 30분쯤 부천시 한 모텔에서 숨졌다. 당시 함께 있던 여자친구 C(31)씨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모텔 내부에선 빈 약물 병 여러 개가 발견됐다.
A씨는 부검 결과 사인은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확인됐다. A씨 오른쪽 팔에선 두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으며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리도카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조무사인 C씨도 약물을 투약했으나 양이 치료에 필요한 농도 이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경찰에서 “A씨가 금전적인 어려움을 호소했고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C씨를 위계등에의한촉탁살인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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