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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보수적이라 등 돌렸다고? 민주당이 ‘기득권 진보’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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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보수적이라 등 돌렸다고? 민주당이 ‘기득권 진보’된 탓!”

입력
2019.04.09 04:40
수정
2019.04.09 09:5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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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 걸린 與 ‘20대의 이해’ 강연 경청] 

 “20대男의 지지 철회는 ‘내 삶의 진보’ 전망 제시 실패했기 때문 

 이념 아닌 이익구조 관점서 진단을” 이원재 교수, 민주당에 쓴소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 열린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 강연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현대화추진특위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의원 13명, 보좌진과 당직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제공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 열린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 강연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현대화추진특위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의원 13명, 보좌진과 당직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제공

“진보정부가 집권해도 내 삶이나 미래는 진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20대가 깨달았다.”

“10년전부터 젊은층은 북한에 우호적인 86세대와 다르게 적대적이다. ‘진보=대북 우호’ 틀이 ‘반북 진보’로 바뀐 것을 집권층은 명심해야 한다.”

“20대 젊은층이 보수적이어서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것은 딱한 이야기다. 불안한 20대를 돌려 세운 것은 미래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진보진영 기성세대의 이념 우선 프레임 때문이다.”

8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란 제목의 비공개 강연이 열렸다. 4·3 보궐선거를 통해 ‘민심의 경고등’을 확인한 여당 측이 준비한 행사다. 떳떳하지 못하게 비공개로 행사를 진행한 까닭은 왜일까. 이 자리에선 “기득권 진보”란 단어가 거침없이 반복됐다. 더불어민주당 현대화추진특별위원회가 초청한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교수가 여권 내부에 짙게 깔린 ‘20대 보수화’ 진단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1980년대 운동권 프레임으로 청년문제를 재단하는 민주당의 주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인식에 가차없이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한 소속 의원 13명, 보좌진과 당직자 등 6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다. 이 교수는 지난 2월에도 청와대에 초청돼 수석비서관·보좌관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강연을 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가 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울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참석자 제공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가 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울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참석자 제공

◇“20대 보수화 진단은 민주당 주류의 착각”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20대 청년층 이탈의 배경으로 ‘20대의 보수화’를 지목해 곤혹을 치렀다. 설훈 최고위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고,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한 토론회에서 ‘지난 정권에서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줘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런 류의 공개 발언들은 20대의 공분에 직면하며 잦아들었지만 ‘20대의 보수 경향이 짙어지면서 진보적인 정부에 반감을 갖게 됐다’는 인식이 민주당 주류 86세대 다수의 인식이란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민주당이 내린 진단과 달리 현재 20대는 여론조사와 각종 통계로 봤을 때 유의미하게 ‘진보적’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지난 2017년 이 교수가 한국일반사회조사 데이터 10년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포스트 86세대’의 일반적 정치 성향은 진보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점이 있다면 2008년을 기점으로 안보관, 대북관에서 북한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86세대와 비교해 적대적인 쪽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86세대가 갖고 있는 ‘진보=북한에 우호적’이라는 틀을 깨고 ‘반북 진보’라는 새로운 분화가 일어났다는 의미다.

충분히 진보적인 20대가 진보 정부에 반기를 든 진짜 이유는 뭘까. 바로 사회경제환경과 이익구조의 변화에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사회는 변했지만 청년들의 삶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서 괴리가 생겼다. 진보 정부가 집권한 후에도 내 삶이 진보하고, 미래에도 진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20대가 지지를 철회한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같은 20대 내에서도 남성 집단이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큰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인구 감소로 과거에 비해 결혼 시장에서 남성이 누렸던 이익이 반감됐고,여성의 사회 진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직업 시장에서의 남성의 우위가 줄어 오히려 삶이 후퇴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인을 찾자면 청년세대가 처한 이익 구조의 변화를 살피지 못하고 그에 적합한 기회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기득권 진보의 무능력이 패착이었다”고 비판했다.

40여분간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을 통해 박주민 의원은 “청년 세대 문제를 다룰 때 자신에게 확실한 행복을 챙긴다는 ‘소확행’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고, 이 교수도 “소확행은 다른 말로 20대의 삶에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라며 “노력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제도와 시스템을 정착시켜 청년 세대가 10년, 20년 이후의 삶을 내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보 정치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당이 기꺼이 외부전문가의 비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20대층의 이탈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20대의 지지율은 줄곧 하락추세다. 지난 5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4월 1주 정례조사에서 20대의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8%포인트 하락한 41%로 집계됐다. 60대를 제외하곤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박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청년민심의 흐름을 심각하게 보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한 마인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라며 “청년세대를 보듬을 수 있는 정책 개발, 거버넌스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여론조사와 관련된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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