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비공개ㆍ비인가 예산자료를 무단으로 열람ㆍ유출한 혐의를 받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죄는 인정되나, 굳이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전자정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심 의원과 황모씨 등 보좌진 3명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충분하고 고의성이 인정돼 재판에 넘겨질 조건을 갖췄으나, 피해 상황이나 반성 정도를 고려해 기소하지 않고 선처해 주는 처분이다.
우선 검찰은 보좌진 3명이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법원, 헌법재판소,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38개 국가기관에서 △카드청구내역승인 △지출대장 △지급대장 △원인행위대장 등 208개 파일(예산집행 건수 기준 약 827만 건)을 위법하게 내려 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심 의원은 이들이 확보한 자료가 비공개임을 알면서도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누설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비인가 자료를 내려 받는 보좌진의 행위를 심 의원이 직ㆍ간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공모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죄가 인정됨에도 기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검찰은 “불법유출된 예산지출 내역 자료가 대부분 압수됐고, 심 의원 등이 일부 보관하던 잔여 자료도 스스로 검찰에 반환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자료를 활용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9월17일 심 의원 보좌진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예산정보를 내려받는 등 기밀자료를 불법 유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심 의원 측은 자료 확보 과정이나 그 사용 과정에 불법성은 없었다고 항변해 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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