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공산당이 지난 1월 출시한 정책선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쉐시창궈(學習强國ㆍ학습강국)’가 이용자 수 1억명을 돌파하고 앱 다운로드 횟수 1위에 등극했다. 그러면서 중국 안팎에서는 정부가 인민들에게 앱 사용을 지나치게 강제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앱을 실시간 감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쉐시창궈가 “디지털 버전 ‘홍서(紅書)’”라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사상을 통제하고 당 정책을 재천명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앱”이라고 지적했다. ‘위대한 중국을 배우자’는 뜻의 쉐시창궈는 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사상과 정책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 이름의 ‘시(習)’자가 사실상 시 주석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홍서는 마오쩌둥의 어록을 정리해 놓은 책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벌어진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의 필수품이었다.
황쿤밍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장은 이 앱의 출시 당시 “쉐시창궈는 국내 통치, 군사, 외교 등에 대한 모든 시진핑 사상을 집대성한 데이터베이스”라고 밝힌 바 있다. 황 선전부장의 말처럼 이 앱은 시 주석을 주인공으로 한 TV 다큐멘터리, 시 주석의 연설문 등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콘텐츠를 담고 있다. 앱 개발을 맡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도 공산당원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인민들에게 쉐시창궈 사용을 권장하는 것을 넘어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일선 학교와 기업 등에 “인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앱 사용이 저조한 학생에게 공개적 망신을 주는 학교가 생겨났다. 또 일부 기업에서는 앱 이용 횟수로 직원들의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은 직원에게 포상을 수여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점수가 낮은 직원은 반성문을 쓰고 임금 삭감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앱의 일부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해 정부가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호주 RMIT에서 중국 미디어를 연구하는 하이칭 유 교수는 “(이 앱은) 디지털 감시의 일종이며, 디지털 독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에 대한 공개적 비판이 사실상 금지된 중국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쉐시창궈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이게 대체 무슨 현상이냐. 공산당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인민들의 불만을 역이용해 틈새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NYT는 쉐시창궈 이용 횟수를 조작해주는 소프트웨어들이 출시됐다가 당국에 적발됐다고 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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