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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박탈 충격에 폐질환 병세 악화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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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박탈 충격에 폐질환 병세 악화된 듯

입력
2019.04.08 18:13
수정
2019.04.08 20: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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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검찰 수사 받으며 증세 본격화… 미국서 퇴원 위해 요양 중 갑자기 변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위원장직을 맡아 인사말을 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생전 모습. 뉴시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위원장직을 맡아 인사말을 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생전 모습. 뉴시스

한진그룹은 8일 조양호 회장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조 회장이 폐질환으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한항공 주총(주주총회) 결과 이후 사내이사직 박탈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폐질환이 직접적이었다면, 최근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주도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안 부결이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조 회장과 가까운 그룹 안팎 인사들은 조 회장이 실제 심각한 폐질환을 앓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횡령ㆍ배임 혐의로 검찰과 경찰 조사를 잇달아 받으면서 증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후 두세 차례 전문 병원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아 왔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작년 7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자리에서 ‘폐가 딱딱하게 굳는 질병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고, 실제 영장 기각 이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법무부에 출국금지 해제 요청을 한 뒤 미국에서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서 영장 재청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출국금지 해제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질환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폐섬유화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가족들의 갑질 논란과 수사 스트레스가 병세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에서 비롯된 작년 4월 18~19일 대한항공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한진, 정석기업, 조 회장 서울 평창동 자택 등 압수수색만 18번에 걸쳐 이뤄졌고, 조 회장은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4번이나 소환 조사를 받아야 했다.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차례, 차녀인 조 전 전무가 4차례에 걸쳐 검ㆍ경 소환 조사를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것도 병을 키운 요인이었다. 다만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 30주년 기념 오찬간담회에 한국 측 위원장으로 참석했던 점을 감안할 때 조 회장은 이후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우울증세까지 겪는 등 병이 악화돼 미국에서 한 달 입원을 했고 한달 전쯤 퇴원을 해 요양 중이었다”며 “6월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병세가 나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운구 및 장례 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며 “현지에서 조 회장을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시신 국내 운구는 재외공관의 사망 확인 등 몇 가지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데, 최소 4일에서 1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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