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소식과 함께 8일 한진그룹주 주가가 급상승했다. 조 회장 별세로 조씨 일가의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이 배당을 늘릴 거란 예상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한진칼은 전일 대비 20.63% 오른 3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 또한 15.12% 상승한 4만1,500원에 거래됐다. 이외 대한항공(1.88%), 진에어(3.40%) 등 계열사들도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로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이런 오름세 배경에는 ‘상속세’가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조 회장 별세로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7.84%가 조현아ㆍ현민ㆍ원태 3남매에게 상속될 텐데, 현재 이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1,700억원을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들 3남매가 거액의 상속세를 어떻게 부담할 지가 문제인 것이다.
우선 금융투자업계에선 3남매가 자산을 처분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낼 수도 있지만, 주식담보대출이나 배당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오너 일가는 개인 재산이 드러나길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상속세의 경우 주식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배당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일가가 갖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가치가 1,217억원이고 보통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에 여기서 609억원이 조달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서 “나머지 1,100억원은 결국 배당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며 “지난해 일가가 한진그룹을 통해 지급받은 배당금은 약 12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금액을 채우기 위해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의 배당 증액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향후 한진그룹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진칼 등에서 고배당 정책을 시행하면 주가도 배당 성향에 따라 올라가게 돼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한진 오너 일가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기존 조씨 일가가 그룹에 ‘리스크’로 평가 받아 왔는데, 조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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