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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3차 내전 치닫는다… 미군도 “안전 우려” 일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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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3차 내전 치닫는다… 미군도 “안전 우려” 일시 철수

입력
2019.04.08 16:57
수정
2019.04.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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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병력이 7일 벵가지 기지를 떠나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벵가지=로이터 연합뉴스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병력이 7일 벵가지 기지를 떠나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벵가지=로이터 연합뉴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쫓겨난 지 8년이나 지났지만, 리비아의 내분은 심화하고 있다. 중앙 리더십의 부재로 혼란을 겪더니 이제는 ‘3차 내전’의 위기까지 찾아왔다. 동부를 거점으로 세력을 확장해 온 거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이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하면서다. 통합정부(GNA)와 LNA의 무력충돌로 주말 사이 40여명이 사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LNA는 트리폴리 외곽에서 GNA 연계 민병대에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가했다. 전날에는 도심에서 불과 30여㎞ 떨어진 트리폴리 국제공항 장악에도 성공했다. 지난 4일 LNA가 수도 진격을 선언한 이래 정부군과의 충돌로 양측에서 최소 4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무력 충돌이 격화하며 내전 우려가 커지자 미국은 이날 리비아 주둔 병력 일부를 일시적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이슬람국가(IS) 및 알카에다 세력에 대응하는 리비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현지 공관 보호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주둔시켜 왔다.

같은 날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통합정부군도 LNA의 진격을 막기 위해 ‘분노의 화산’이라는 반격 작전을 시작했다. GNA 대변인은 알자지라T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군이 리비아 전체를 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 동부 군벌은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2011년 ‘1차 내전’, 즉 리비아 시민혁명 이후 서부는 수도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한 GNA가, 동부는 투브루크에 기반을 둔 국민의회(HoR)와 그를 지지하는 LNA가 지배해 왔다. 사실상 나라가 동서로 나뉜 것이다. 이외에도 각 지역 민병대의 군벌화 등으로 리비아 각지에 무장 독립세력이 난립하면서 혼란상을 거듭해 왔다.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병력이 7일 벵가지 기지를 떠나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는 와중에, 한 병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벵가지=로이터 연합뉴스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병력이 7일 벵가지 기지를 떠나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는 와중에, 한 병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벵가지=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에는 LNA의 기세가 높아지고 있다. 유전 밀집 지역인 동부를 중심으로 국토 3분의 2를 점령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서부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카다피 정권의 장군이었던 하프타르 사령관은 리비아 혁명 과정에서 카다피 축출에 앞장서고, 2014년 ‘2차 내전’부터는 비이슬람계 무장대원을 이끌고 이슬람주의 민병대 세력과 싸우며 세력을 확대해 왔다.

2017년 7월에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활개를 치던 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를 탈환하는 등 동부 지역 일대를 안정시키고, 민생 여건이 개선되면서 지지도 역시 상승한 것으로 알려진다. 외신은 그가 동부와 서부를 모두 장악해 국가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수도 장악의 야심을 오래전부터 품어 왔다고 설명한다. 하프타르 입장에서는 이번 트리폴리 진격이 본격적인 통일전쟁의 시작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진격 지시는 하프타르 사령관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GNA와의 합의를 파기하고 내린 결정인 탓이다. 지난해 5월 프랑스의 주재로 알-사라즈 총리와 하프타르 사령관은 선거를 통한 국가 통합 추진에 합의했다. 계속되는 정국 혼란에 선거는 미뤄져 왔지만, 양측은 올 2월에도 회담을 갖고 이달 14~16일 선거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LNA가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합의와 선거를 통한 ‘무혈통합’은 물 건너가게 됐다.

한편,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주변국도 이해타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反)이슬람주의자인 하프타르 사령관은 러시아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테러 및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도 그를 도와 왔다. 한편 터키나 카타르 등은 무슬림형제단 인사들이 주축인 현재의 서부 통합정부를 지지하고 있고, 유엔 등도 통합정부를 인정하다 보니 LNA의 트리폴리 점령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사회가 양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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