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 “KF99로 활동하려 했다”며 마스크 쓰고 불러
스텔라장 등 미세먼지 관련 노래 발표 잇따라
‘미세먼지’ 제목 노래 2017년 1곡-> 2019년 14곡 폭증
PVC 재활용 LPㆍ음원 다운로드 코드 ‘친환경’ 제작도 가속
“초미세(먼지) 때문에 미소가 보이질 않아”. 방송인 유세윤과 가수 뮤지로 구성된 프로젝트그룹 UV는 지난 6일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다룬 노래 ‘미세초’를 냈다. 초미세먼지의 초미세에서 초란 글자를 맨 뒤에 붙여 곡명을 지었다. 이름을 영어로 표현할 때 성을 뒤로 빼는 것처럼 해, 초미세먼지를 인격화했다.
곡엔 두 사내의 엉뚱함 뿐 아니라 비장미도 가득하다. 유세윤은 곡에 먼지로 세계가 혼란스러워졌다는 뜻의 “더 월드 이즈 컨퓨전 인 더 더스트”란 내레이션을 담아 세기말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노래 ‘이태원 프리덤’과 ‘쿨하지 못해 미안해’ 등으로 웃음기 어린 B급 문화를 전했던 UV의 이례적 시도다.
UV는 올 봄 유독 극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겪은 불편함에서 곡을 착안했다. 뮤지는 7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엔 목에 가래가 많이 껴 방송이나 행사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게 어렵더라”며 “워낙 심각한 문제라 곡을 만들게 됐고, 노래로 (대중이) 미세먼지로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UV는 ‘미세초’ 뮤직비디오에서 백발과 흑발이 반씩 섞인 머리를 하고 나온다. 미세먼지로 유전자가 변형돼 머리카락 색이 변한 걸 표현했다. 유세윤과 뮤지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UV가 아닌 KF99(미세먼지 차단 최고 수치)이란 새로운 팀명으로 ‘미세초’를 부를 계획까지 세웠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한반도의 올 봄이 잿빛으로 변한 데 따른 고민이었다.
가수 스텔라장은 지난달 낸 노래 ‘미세먼지’에서 “하늘색은 옅은 파란색이라 다시 이름 짓는 게 좋겠어”라고 노래했다. 미세먼지로 더는 하늘이 파랗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쓴 표현이었다.
요즘 가요계가 ‘미세먼지 노래’로 뒤덮이고 있다. UV와 스텔라장 뿐만이 아니다. 3월 1일부터 4월 8일까지 ‘미세먼지’란 제목의 노래가 14개나 발표됐다. 2017년 상반기 멜론 등 음원 사이트에 ‘미세먼지’란 제목으로 공개된 노래가 단 한 곡(래퍼 LCM ‘서울2: 미세먼지’ㆍ2017년 2월)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폭증이다.
미세먼지는 포크음악뿐 아니라 전자댄스음악(EDM)까지 장르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창작자들에 활용됐다. 극심해진 미세먼지가 많은 사람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으면서 생겨난 변화다. 3~4월의 음악 화두 자체가 미세먼지로 옮겨진 분위기다. 산뜻한 봄기운을 만끽하자는 ‘봄 노래’가 만발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자연을 걱정하는 노래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세먼지 등을 계기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음반 제작도 잇따르는 추세다.
창작단체 재주도좋아는 장필순이 부른 ‘탈출’ 등을 버려진 PVC를 재활용해 만든 LP에 실어 지난해 음반을 냈다. 서울환경연합은 인디 밴드 만쥬한봉지의 ‘스톱’ 등이 실린 환경 보호 앨범을 CD대신 음원 다운로드 코드가 담긴 종이책으로 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였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친환경 노래와 앨범 제작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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