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커스틴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의 사임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불법 이민자 유입에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아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사 왔던 닐슨 장관이 끝내 경질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 단속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대선 재선 가도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反)이민’을 전면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닐슨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의 공로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케빈 매컬리넌 세관국경보호청(CBP) 청장이 장관대행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알리게 돼 기쁘다. 케빈은 훌륭히 일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이날 닐슨 장관과의 면담 직후 나왔다. 닐슨 장관은 국경 문제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사임을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5일 “이민 문제에서 더 강경한 방향으로 가길 원한다”면서 닐슨 장관이 지원했던 론 비티엘로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후보의 지명을 철회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토안보장관인 존 켈리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닐슨 장관은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거쳐 2017년 10월 켈리의 뒤를 이어 국토안보부 장관에 올랐다. 그는 백악관 기조에 따라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 간 격리 등 무관용 정책을 밀어붙였으나, 국경 봉쇄나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 거부 등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지는 못해 재임 기간 내내 대통령의 불평을 받아 왔다.
닐슨 장관은 이민법의 한계와 법원 조정, 국제법적 의무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으로 보인다. 닐슨 장관의 후원자 역할을 한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올해 초 물러나면서 그도 경질될 것이란 관측이 지속돼 왔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닐슨 장관이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차기 장관 후보군으로는 켄 쿠치넬리 전 버지니아주 법무장관, 릭 페리 현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코백 전 캔자스주 법무장관 등이 거론된다고 WP는 전했다.
닐슨 장관 경질로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 체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던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켈리 전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을 교체하며 자신의 색채를 강화해 왔다. 이 같은 교체 과정에서 국방부, 내무부, 백악관 예산관리국, 중소기업청 등 일부 기관들이 여전히 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트럼프 내각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국토안보부도 차기 인선 절차가 속도를 내지 않으면 대행 체제가 길어질 수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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