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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싸인회 가려면 CD 수백 장 산다"…도 넘은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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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싸인회 가려면 CD 수백 장 산다"…도 넘은 상술

입력
2019.04.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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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돌 팬, 라디오 인터뷰서 “끝이 없다” 지적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이 팬 싸인회 초대권을 받기 위해 응모권이 들어 있는 앨범 554장(857만여원 상당)을 산 영수증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인터넷 캡쳐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이 팬 싸인회 초대권을 받기 위해 응모권이 들어 있는 앨범 554장(857만여원 상당)을 산 영수증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인터넷 캡쳐

아이돌 가수를 이용한 상술이 도를 넘고 있다. 팬 싸인회 초대권에 당첨되기 위해 듣지도 않는 CD 수백 장을 사게 하고, 과자에 들어 있는 장난감처럼 앨범에 무작위 아이템을 넣어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류 열풍을 이어가려면 팬덤을 밥줄로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업계의 자정을 촉구했다.

국내 아이돌 가수의 팬이라고 밝힌 A씨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팬덤 상술 사례를 털어놨다. A씨는 “앨범을 사면 팬 싸인회 참석 응모권을 주는데 응모를 많이 해야 당첨이 된다”면서 “저는 50장을 사고 떨어진 적이 한 번 있다”고 말했다. 앨범 가격이 1장에 2만~3만원에 달해 100만원을 넘게 썼다는 A씨는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10장만 더 살걸’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100장, 200장을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면서 “해외 팬들은 (가수를) 한 번 보겠다고 여기까지 오기 때문에 더 산다”고 덧붙였다.

A씨는 팬들이 이렇게 팬 싸인회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가수를 만나) 선물도 줄 수 있고, ‘나 이번에 무슨 일이 있었어’ 얘기를 하면 가수가 ‘그랬어요, 축하합니다’ 얘기도 해주고, 자주 가다 보면 아는 척 해주는 가수들도 가끔 있다. 공연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팬 싸인회는 노래만 부르는 공연과 달리 대화를 통해 친밀감이 생기고, 가수에게 팬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도 있어 중독성까지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가수들의 소속사 등은 이런 중독성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셈이다.

상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앨범을 만들 때 같은 음악인데도 겉 표지를 다르게 해서 앨범을 세워놓으면 그림이 맞춰지게 하거나 앨범 안에 100종 이상의 무작위 아이템을 넣어 다 모으려면 앨범을 100장 이상 사야 한다. A씨는 “연예인들 굿즈(아이돌 마크를 단 모자, 티셔츠, 가방 등)가 되게 많이 나오는데 팬들은 줄 서서 산다”면서도 “질도 그렇고, 비싸고, 너무 많이 낸다. 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술로 국내 음반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국내 상위 400개 음반의 연간 판매량이 2011년 682만장에서 2017년 1,693만장으로 2.5배 정도 늘어났다. 세계 음악시장 기준으로 보자면 굉장히 독특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음원을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음반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가수 소속사 등의 지나친 상술에 대해 “팬덤을 단순한 수입원, 밥줄이 아니라 최소한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한류가 지속하려면 업계의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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