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실책 잇따르자 기강 잡으려 신속한 ‘본보기 인사’
외교부가 한국ㆍ스페인 차관급 회담장에 구겨진 태극기가 걸린 데 대한 책임을 물어 담당 과장을 보직 해임했다.
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외교부는 4일 열린 한ㆍ스페인 제1차 전략 대화 행사를 담당한 과장 A씨에게 8일부터 적용되는 ‘본부 근무’ 명령을 내렸다. 현 직책에서 물러나 보직이 없는 상태로 일하라는 뜻이다. 해프닝 발생 3일 만에 신속히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은 행사 당일 구겨진 태극기 옆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즉각 다른 태극기로 바꾸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할 A씨가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게 외교부 안팎의 중론이다.
이번 인사는 본보기 성격이 강하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외교 의전 실수들이 상당 부분 느슨해진 기강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인사권자가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간부 회의에서 이미 “프로페셔널리즘(전문가 정신)이 부족해 발생하는 실책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 강경화 장관은, 공교롭게 ‘태극기 사고’가 벌어진 한ㆍ스페인 전략 대화 당일 오전 열린 직원 간담회 때에도 “외교 업무의 특성상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맡은 바 업무에 빈틈없이 임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었다고 한다.
최근 외교부가 범한 실책들의 상당수는 결례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를 찾았을 때 외교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26년 전 국명인 ‘체코슬로바키아’를 썼고,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당시에는 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하게 만들었다. 같은 달 19일 배포된 영문 보도자료에 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ㆍ에스토니아 등 ‘발틱(Baltic) 3국’을 ‘발칸(Balkan)’ 국가로 잘못 표기했다가 한국 주재 라트비아 대사관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고친 적도 있다.
그간 발생된 외교 의전 실책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하순부터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 외교부 감사관실은 이번 인사 발령과 별개로 문책 대상 과장은 물론 해당 과 직원들을 상대로 이번 일이 벌어진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