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전력 증강에 예민한 반응… 이전 정권과 비교 이례적 비판
김정은, 하노이 결렬 제재 완화 무산에 자력갱생 독려 경제 행보
지난달 스텔스 전투기 F-35A 2대가 국내에 도착한 것을 두고 북한 선전 매체가 ‘박근혜 정부와 똑같다’며 7일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이 남한 전력 증강에 본격적으로 날을 세우면서, 향후 남북관계에도 묘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 현장을 잇달아 시찰하는 등 자력갱생 독려 행보로 분주한 모습이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첨단 전쟁장비 도입 책동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F-35A의 공군 청주기지 도착을 거론하며 “북남 선언들과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에 배치되게 박근혜 역도가 대결 시대에 계획하였던 전쟁장비 반입 놀음을 고스란히 실행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배신적 망동”이라고 강변했다. “사드와 같은 전쟁장비들을 하나라도 끌어내갈 대신 도리어 스텔스 전투기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현 당국의 처사가 선제 타격을 떠들며 동족 대결에 광분하던 박근혜 정권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남조선 당국은 외부로부터의 전쟁장비 도입 놀음이 가져올 파국적 후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선전 매체를 통해 남측 전력 증강을 비판한 게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 정권과 비교한 건 이례적이다.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가 아니지만 수위가 한층 높아진 만큼, 향후 남북 대화 추진과 관련해 북한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대규모 건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남 양덕군의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원산 지구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은) 결코 조건과 형편이 용이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힘, 자기의 피땀으로 진정한 행복과 훌륭한 미래를 창조해 가려는 우리 인민의 억센 의지와 투쟁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과”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 핵심 메시지는 ‘자립 격려’인 것으로 보인다.
관광 거점으로 키우려는 지역 두 곳을 김 위원장이 잇달아 방문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건 그가 백두산이 행정 구역인 삼지연군을 찾아 공장 등을 둘러봤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한 지 이틀 만이다. 이를 근거로, 하노이 합의 불발 탓에 제재 완화가 무산됐지만 경제 건설과 주민 생활 향상이라는 기존 노동당 정책 노선이 11일 개최되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크게 바뀌는 일은 없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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