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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조원 덩칫값 못하고… 실질수익률 ‘마이너스’ 기록한 퇴직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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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조원 덩칫값 못하고… 실질수익률 ‘마이너스’ 기록한 퇴직연금

입력
2019.04.08 04:40
수정
2019.04.08 09:5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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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퇴직연금 규모가 13% 가까이 증가하며 어느새 시장규모 200조원을 눈앞에 뒀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내려 앉았다.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퇴직연금이 좀처럼 바닥을 탈출하지 못하자 금융당국도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증시 침체로 수익률 하락”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190조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21조6,000억원(12.8%) 증가했다. 퇴직할 때 받을 연금액이 사전에 결정되는 ‘확정급여형(DB)’이 전체의 63.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사용자가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납입하고 운용성과에 따라 연금액수가 정해지는 ‘확정기여형(DC)’이 26.1%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이었다.

자금의 운용형태 측면으로 보면, 90%(171조7,000억원)가 원금이 보호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돼 있다. 나머지 10% 가량만이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고수익을 꾀하는 ‘실적배당형상품’에 들어가 있다.

퇴직연금 시장은 양적 성장과 달리, 매년 수익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1.01%에 불과했다. 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1.99%)의 절반 정도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5%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론 손해를 본 셈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더 악화한 까닭은 주식,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3.82%)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ㆍ적금 위주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한 퇴직연금은 1.56%의 수익을 거뒀다. DB형의 경우 원리금보장형에 자금이 들어가 있는 비율(95.2%)이 높고, DC형과 IRP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각각 15.9%, 24.3%로 DB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실적배당형의 수익률 악화는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침체에서 기인한 바가 컸다는 설명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퇴직연금의 실질수익률은 2016년 0.58%(1.58-1.0%)에서 작년(1.88-1.90=-0.02%)과 올해 연달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수익률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 수익률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당국 ”수수료 체계 합리화 해야” 

노후자금이라는 특성상 퇴직연금이 원금보장을 중시하는 건 어느정도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은행 예금금리도 못 따라가는 건 현행 퇴직연금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비판이 높다.

원금보장형 퇴직연금이 은행 예ㆍ적금보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금융사가 자산운용 수수료를 떼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익률이 낮은데, 이런 수수료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은 지난해부터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수수료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 개선은 고민거리”라며 “퇴직연금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입조건별 수수료를 한눈에 비교하는 시스템을 조만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의 무관심도 개선 과제다. 금융위가 지난해 9월 기준 원리금보장상품 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가입자 10명 중 9명은 퇴직연금 가입 초기에만 상품 운용방식을 결정하고 이후에는 변경 없이 방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 만기가 돼도 같은 상품에 재가입하거나 대기 자금으로 남게 된다. 수익률 높은 상품으로 갈아탈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가입자가 큰 틀에서 투자상품 종류와 위험도, 비중 등을 정하면 운용사가 일정 시기마다 그에 맞게 투자상품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도 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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