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루키, 롯데렌터카오픈 역전 우승
유소연, 최예진 이어 역대 3번째 신인 개막전 우승 계보
“제가 핑크를 워낙 좋아해서요.”
시즌 전부터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히던 조아연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개막전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는 사고를 쳤다. 골프공도 흰색이 아닌 나 홀로 ‘핑크’ 공을 사용하며 앞으로의 ‘튀는’ 활약을 예고했다.
조아연은 7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제주컨트리클럽 스카이ㆍ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를 엮어 5언더파 67타의 ‘몰아치기’로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하며 전날 공동선두였던 김민선5(24ㆍ문영그룹)을 극적으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 후 참가한 두 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조아연은 상금 1억2,000만원을 거머쥐며 KLPGA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조아연은 지난해 12월 데뷔 무대였던 효성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로 톱10에 든 데 이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신인상 포인트에서도 동갑내기 라이벌 박현경(19ㆍ하나금융그룹)을 제치고 앞서 나갔다.
조아연은 우승이 확정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실감이 안 나고 너무 기쁜 것 외엔 별 생각이 없다”며 “데뷔 때 첫 번째 목표가 신인왕, 두 번째가 2승이었는데 두 가지 목표에 더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골프공 색깔에 대해서는 “핑크색을 워낙 좋아해서”라고 당차게 답했다. 이어 “제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니 1등인 줄도 몰랐다”며 “18번홀에서 세컨드샷을 치고 걸어오는데 리더보드 제일 위에 제 이름이 있더라”라며 웃었다.
2000년생인 19살 조아연은 중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국가대표로 활약한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KLPGA 투어 시드를 획득하는 과정도 남달랐다.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 1위 자격으로 초고속 정회원이 된 조아연은 한 달 뒤 열린 2019 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 수석을 차지하며 시드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 개막전 우승으로 2008년 유소연(29ㆍ메디힐)과 2017년 최혜진(20ㆍ롯데)에 이어 역대 3번째 루키 개막전 우승 계보를 이어갔다.
이날 최종라운드는 시즌 개막전답게 마지막 18번홀에 가서야 우승자가 결정될 정도로 치열한 승부가 벌어졌다. 4언더파 공동 7위로 출발한 조아연은 1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2번홀(파4)에서 바로 버디로 만회에 성공했다. 이후 6개홀 연속 파를 기록하며 숨을 고른 뒤 버디 몰아치기를 시작했다. 9번홀(파5)과 12번홀(파4), 13번홀(파4),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8언더파를 기록, 선두 김민선5에 한 타 차 추격에 성공했다.
막내의 끈질긴 추격에 김민선5의 실수가 나왔다. 챔피언조로 가장 마지막에 라운드를 시작한 김민선5은 14번홀(파3)까지 버디 5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를 엮어 2언더파를 기록, 합계 9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15번홀에서 날린 세 번째 샷이 해저드에 빠지며 보기를 기록, 조아연에 공동선두를 내줬다.
양 선수 모두 16번홀(파4)과 17번홀(파3)에서 파를 기록하며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갈렸다. 조아연이 버디를 따내 9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반면 김민선5은 부담감 때문에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친 뒤 파 퍼트마저 실패하며 7언더파 281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민선5은 2라운드부터 선두를 달리며 2년 만의 우승을 노렸지만 마지막 홀에서 실수가 나오며 아쉬움을 삼켰다.
조정민(25ㆍ문영그룹)이 8언더파로 단독 2위를 기록했고, 전날 공동선두에 올랐던 최혜진은 최종라운드에서만 3오버파로 부진하며 최종 합계 4언더파 공동 9위에 머물렀다.
제주=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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