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토종브랜드 ‘프로스펙스’는 올해 실험적인 도전에 나섰다. 1981년 탄생한 ‘F로고’ 운동화 제품인 ‘오리지널 라인’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기획팀을 꾸렸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new-tro)’ 열풍을 이끌며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은 경쟁사 ‘휠라’의 성공에 자극 받은 것이다. 1월 1일자로 ‘오리지널기획팀’을 만들어 20,30대 초반의 젊은 직원들을 한 데 모았다. 더불어 파격을 시도했다. 이 팀의 수장 역시 젊은 피로 수혈한 것. 구은성 오리지널기획팀장은 1987년생으로 32세다. 구 팀장은 자신보다 6살이나 많은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운동화의 옛 영광을 찾기 위해 회사의 특명을 받은 셈이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만난 구 팀장은 “38년 된 F로고 오리지널 라인에서 낡은 이미지를 벗기고 새로운 감각을 입히는 작업이 쉽지 않다”면서도 “오랫동안 생존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 가치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출시된 81년생 운동화 등 오리지널 라인 제품의 전통과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간단치 않은 작업이었다. 구 팀장은 시장 트렌드부터 내ㆍ외부 브랜드 조사, 브랜드 운영 계획, 신제품 디자인, 물량 결정 등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해야 했다.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갔다. 모르는 건 자료를 찾고 물어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브랜드 가치와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그는 회사 자료실에서 먼지 쌓인 카탈로그를 들여다보며 프로스펙스의 역사를 되짚었다. 그러다 막히면 20~30년 이상 장기근속한 선배들을 찾아갔다. “이 때는 어떤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렸나요?”, “이 로고는 언제 쓰였나요?” 등을 물으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제품의 역사를 알아갔다.
그는 인터뷰하면서 예전 신문 스크랩과 광고, 화보 사진들을 보여줬다.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연세대 농구팀이 입었던 유니폼과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간판 투수 선동열이 신고 있던 운동화에 프로스펙스의 로고가 선명했다. 구 팀장은 이런 역사에 영감을 얻어 오지리널 라인의 운동화 박스 전체를 교체했다. 80년대 운동화를 담았던 박스를 그대로 재연해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당시 박스 겉에 쓰인 ‘하이 퀄리티 퍼포먼스 아슬레틱 슈즈’라는 문구까지 되살렸다. 1980~90년대 각종 스포츠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프로스펙스의 정신이었다. 고풍스러운 문구였지만 역사를 되살리는 데 일조했다.
최근에는 오래 전 출시된 의류나 신발 등을 파는 온라인 구제 쇼핑몰에서 80~90년대 판매되던 F로고 티셔츠와 재킷을 각각 5,000원, 2만원에 구입했다. 구 팀장은 “빛 바래고 닳아버린 제품들이 많았지만 주문해서 갖고 있다”며 “오리지널 라인의 디자인을 리뉴얼 할 때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과거에만 집착할 순 없다. 패션업계 ‘큰 손’으로 자리잡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 팀장은 시장조사 할 때마다 초중고교 앞을 기웃거리며 학생들이 어떤 의류와 신발을 착용하는지 관찰한다. 이런 조사과정을 통해 오리지널 테니스 운동화의 디자인이 바뀌었다. 발목 부분이 올라오는 ‘컵솔’ 디자인으로 리뉴얼한 덕에 재주문이 7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젊은 층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몰이중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노앙, 바이브레이트와 협업해 과감한 색감과 디자인을 적용했다. 조만간 영국과 미국 등 해외디자이너와 협업할 계획이다. 오리지널 라인은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천호점을 시작으로 20여곳에 단독 매장을 두고 있으며, 380여개의 프로스펙스 매장 중 200여 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38년이나 된 우리의 토종 브랜드를 자신 있게 고를 수 있도록 프로스펙스를 강렬한 이미지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구 팀장의 꿈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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