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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끝) ‘불법 마약’만큼 심각한 마약성 진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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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끝) ‘불법 마약’만큼 심각한 마약성 진통제

입력
2019.04.08 19:00
수정
2019.04.08 19: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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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버닝썬 사건에 이어 한 대기업 창업주 외손녀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었다. 연예인과 재벌 3세 등의 유명인의 마약 투여 사건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온다.

마약 대표격은 양귀비 유즙인 아편에서 뽑은 천연물질인 모르핀이다. 모르핀 외에 천연물질에서 추출한 것으로 헤로인, 코카인 등이 있다. 메사돈, 필로폰, LSD 등은 합성 마약이다.

강력한 진통 효과로 인해 몇몇 마약류는 ‘마약성 진통제’로 쓰인다. 하지만 이들 역시 오ㆍ남용과 중독 위험이 있다. 따라서 마약은 강력한 진통제이지만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거나 억제한다. 환각ㆍ정신착란을 유발하며 습관성과 탐닉성으로 나라마다 규제가 엄격하다.

그러면 의학적으로 중독은 무얼 말하는 걸까. 중독 진단을 내리려면 내성과 금단 증상이 있어야 한다. 내성은 같은 정도의 효과를 느끼려고 더 많은 약을 먹어야 하는 현상이다. 금단 증상은 약을 갑자기 끊었을 때 몸과 마음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걸 말한다. 불면ㆍ불안ㆍ심한 피로감 등을 느끼기도 한다. 뇌전증 발작, 섬망 등도 생긴다.

알코올 중독의 경우 처음엔 조금만 술을 마셔도 취하지만, 중독되면 같은 정도로 취하기 위해 술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또한 갑자기 술을 끊으면 ‘진전섬망(delirium tremens)’이 나타난다.

그러면 뇌는 왜 중독현상을 일으킬까. 뇌에는 보상과 관련된 뇌 회로가 있다. 이 보상회로는 여러 자극으로 활성화돼 쾌락과 흥분을 일으키므로 이런 감정적 보상을 얻기 위해 자극을 일으키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 보상회로는 1950년대 미국 심리학자 J. 올즈와 캐나다 신경학자 P. 밀너의 쥐 실험으로 우연히 발견했다. 즐거움을 느끼는 뇌 부위를 찾기 위해 여러 뇌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다가 쥐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특정 뇌 부위에 자극을 주면 쥐가 버튼을 반복해 누른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부위를 자극하면 쥐는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지도 않고 한 시간에 수 백 번씩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 버튼을 눌렀다. 따라서 이 부위를 자극하면 쾌락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고, 이를 ‘쾌락중추(pleasure center)’라고 불렀다. 사람도 쾌락중추가 있는데,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복측피게(VTA, ventral tegmental area)다. 이 회로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관련돼 있다. 도파민을 ‘쾌락물질’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이다.

요사이 미국에서는 불법마약 거래보다 의사가 처방하는 합법적 마약성 진통제가 더 큰 문제다. 미국에서는 매일 마약 중독으로 100여명이 목숨을 잃는다. 2015년에만 3만3,000여명이 목숨을 잃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가운데 펜타닐은 강력한 합성 마약성 진통제로 모르핀의 100배 정도 강력하다.

혀로 흡수돼 효과가 빠른 속효성 펜타닐(액틱)은 암환자의 속발성 통증에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제한돼 있다. 미국에서는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를 쓰지 말아야 할 환자에게 사용하거나 허용 용량보다 많이 사용해 구속되기도 했다. 마약성 진통제를 과다 사용한 환자가 사망해 2급 살인죄로 의사가 30년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불법 마약거래뿐만 아니라 의사가 합법적으로 처방하는 마약성 진통제도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불필요한 중독이나 사고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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