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를 향한 압박이 금리인하 요구를 넘어 아예 ‘자기 사람 심기’로 전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권 출신의, 자기 정책 지지 인사들을 잇달아 연준 이사 후보로 올리자 시장도 연준의 ‘정치화’에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과거 캔자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냈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적도 있는 허먼 케인을 연준 이사에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에도 자신의 대선캠프에서 경제분야 조언가로 활동한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를 연준 이사로 지명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연준 이사회의 공석이 2개여서, 두 지명자가 모두 연준 이사가 되면 이사회 공석을 모두 채우게 된다.
연준 이사는 미국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데 이들은 아직 정식 지명 절차를 밟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번 지명 예고를 두고 ‘정치적인’ 지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무어와 케인은 한때 매파(금리인상 중시 성향)였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해 느슨한 통화정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그룹 바클리스의 마이클 게이펀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의 입장이 바뀐 이유는 경제보다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팀 두이 오리건대 교수도 AFP통신에 “연준 독립성에 대한 위협은 최고 수위로 올라서 있다”고 지적했다.
벌써 연준 이사회 멤버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지만 아직까지는 트럼프의 의도대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의장직에 오른 제롬 파월, 2017년 지명된 랜달 퀄스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2018년 지명된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ㆍ미셸 보우먼 이사 등은 모두 정치 경력이 거의 없고 연준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은 사례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압박에도 지난해 꿋꿋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명 의사를 밝힌 새 이사 후보들의 면면은, 연준이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자 아예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연준 이사회에 앉히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무어와 케인이 모두 연준 이사가 되어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구조상 연준의 중립성이 급격히 훼손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FOMC는 연준 이사 7명과 지역 연은 총재 5명으로 구성된다. 12명의 멤버 가운데 2명 정도로는 연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에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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