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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장님 심기 살피기 급급한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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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장님 심기 살피기 급급한 광주시?

입력
2019.04.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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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한전 배구단 전용체육관을 찾아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선수들과 면담에서 “지금 한전 배구단은 제2창단의 각오로 변화와 혁신 차원에서 연고지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연고지 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순리이자 시대정신이다”고 말했다. 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한전 배구단 전용체육관을 찾아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선수들과 면담에서 “지금 한전 배구단은 제2창단의 각오로 변화와 혁신 차원에서 연고지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연고지 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순리이자 시대정신이다”고 말했다. 광주시 제공

“최근 한국전력(사장 김종갑)의 지역상생발전 외면과 지역민에 대한 무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광주시가 7일 김옥조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의 한 구절이다. 남자프로배구 한전 빅스톰배구단 유치에 나섰다가 ‘물’을 먹게 되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시는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기관단체명 옆에 괄호를 치고 한전 사장 이름까지 써넣었다. 시는 그러면서 “(한전이)150만 광주시민의 간절한 열망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순간 지난 1월 말 한전이 한전공대 설립 부지로 광주가 아닌 전남 나주 부영CC를 선정한 일이 오버랩 됐다. 시로선 한전과 관련한 유치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으니 한전에 화살을 돌릴 법도 하다. 그렇더라도 시가 유감 성명까지 내며 열을 올린 건 납득하기 어렵다. 대체 무엇 때문에 시가 이런 격한 반응을 보였을까.

성명서의 또 다른 문구를 접하곤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지난 3일)이용섭 광주시장이 경기 의왕시 한전 배구단 전용체육관까지 가서 선수들에게 연고지 이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설명하고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철저한 보안 속에 (한전이 수원시와 연고지 재협약 체결을)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이 시장이 공개적으로 구애하고도 퇴짜를 맞은 모습이 연출된 데 대해 발끈한 느낌이랄까. 실제 “시장이 (직접 선수들을 만나고 소통에)나섰다는 것도 상징성이 있는데, 이게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김 대변인의 말에 그 속내가 압축돼 있다. 여기엔 ‘감히 광주시장이 직접 나섰는데 한전이 이걸 무시해도 되느냐’ 하는 오만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날 대변인 성명이 이 시장의 편치 않은 심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가 한전 배구단 유치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전 배구단은 제2 창단의 각오로 변화와 혁신 차원에서 연고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일각에선 한전에 잘 보여야 할 판에 이 시장이 한전을 상대로 이처럼 알량한 훈수까지 둔 게 패착이었다는 뒷말도 들린다. 그런데도 시는 “본사와 프로팀이 동일지역에 존치하는 건 순리이고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한전 배구단은 본사가 있는 나주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질문엔 시 관계자들은 말꼬리를 흐렸다. 한전 배구단 유치 의향서까지 제출하고 시민서명운동까지 벌인 시로선 유치 실패가 뼈아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이 시장 심기 살피기식 성명이 계속된다면, 이 시장의 협량함만 드러낼뿐더러 광주시 쪽 사람들은 편협한 지역주의적 시각에 매몰돼 있는 것이냐 하는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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