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5년 가까이 정권을 장악해온 태국에서 민정 이양을 위해 지난달 24일 치른 총선 결과가 시간이 갈수록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8개 투표소에 대해 재선거ㆍ재검표를 실시키로 한 데 이어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66명에 대한 조사 이후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6일 방콕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태국 선관위는 전날 지역구 하원의원 선거와 관련해 300건에 달하는 고소내용을 조사하느라 최종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기에는 66개 지역구의 최다 득표자와 관련한 고소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앞서 지난 4일 투표용지 분실 등을 이유로 콘깬주(州)의 투표소 2곳에 대해 재검표를 결정하고 방콕 방까삐 선거구 등 6개 투표소에 대해서는 재선거를 지시했다.
이에 따른 결과는 지역구 의원 350명을 선출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의원 150명을 뽑는 데 있어서도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군부정권이 2016년 통과시킨 새 헌법에 따라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수는 각 정당의 득표율에다 하원의원 전체 의석수인 500을 곱한 뒤 해당 정당이 확보한 지역구 의석수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런 복잡한 산식을 적용해 방콕포스트가 최근 자체 집계한 비공식 결과에 따르면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인 푸어타이당이 137석을 차지했다. 이어 군부정권 최고 지도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차기 총리 후보로 내세운 팔랑쁘라차랏당 118석, 개혁 성향인 퓨처포워드당 87석, 보수 성향인 민주당 54석 등으로 잠정집계됐다.
차기 총리는 하원의원 500명과 군부가 지명하는 상원의원 200명의 투표로 선출된다. 다수당이 없는 상황에서 푸어타이당은 퓨처포워드당 등 군정 연장에 반대하는 6개 정당과 연합해 “하원의원의 과반인 255석을 확보했다”며 연정 구성 주도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군부 정당은 선관위의 최종 결과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다음달 4∼6일 열리는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의 대관식 이후 연정 구성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민주당이 군부 정당과의 연정 구성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타원센네암 민주당 하원의원 당선인은 5일 “비공식 회의에 참석한 30명 가량의 당원 대다수가 팔랑쁘라차랏당과의 연정 구성을 원했다”면서 “당 지도부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쁘라윳 총리는 육군 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5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뒤 군부 통치를 시작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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