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 대화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양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을 이뤘다는 취지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후 도쿄 아카사카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됐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전에는 미국의 최종적 비핵화 개념에 대해 오해를 했을 수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 입장을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며 영변 지역 등 핵 시설을 미래 어느 시점에 폐기하기로 약속하는 대가로 거의 모든 대북 제재를 당장 해제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회담을 통해) 미국 입장을 명확히 이해하게 됐고 선택을 해야 한다. 공은 명백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넘어갔다"며 그런 점에서 하노이 회담은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 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해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협상안을 갖고 대화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설득하고 있다며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사항’이라며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근의 북핵 상황과 양국 간 현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 동아시아 전략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도 한일 관계가 회복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동맹 간의 협력은 미국이 설정한 (전략적) 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하다”며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나 일본의 적극적 개입 없이는 경제나 안보 부문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이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미일 3국에 모두 이익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중국을 겨냥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 Open Indo-Pacific)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4개국 주재 미국대사들이 참여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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