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東京)의 부엌’으로 불렸던 쓰키지(築地) 시장을 대신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도요스(豊洲) 시장에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폐쇄형 건물로 지은 탓에 환기가 어려워 건물 내부에 검은 먼지처럼 보이는 분진이 쌓이고 있어서다. 더욱이 분진에 유해물질이 포함됐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상인들의 우려가 크다.
시라이시 다미오(白石たみお) 공산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도쿄도의회 예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도요스 시장의 검은 분진에 대해 와타나베 이즈미(渡邊泉) 도쿄농공대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안티몬ㆍ아연ㆍ카드뮴 등 중금속이 고농도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에게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즉시 분진에 대한 조사를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분진은 시장 내에서 물건을 나르는 데 사용되는 ‘타레’로 불리는 소형 차량의 타이어가 건물 바닥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주차장 등 도요스 시장 내 곳곳에선 검은 먼지처럼 보이는 분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와타나베 교수는 지난해 12월 수산중도매센터 4층 주차장 등에서 채취한 분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렴한 타이어 등에 많이 포함돼 있는 안티몬의 농도가 일반 도로의 8.1배, 도로 노반재 등으로부터 나오는 카드뮴은 4.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몬은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렴 등을 유발하는 중금속 물질이다. 시장 상인들과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직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와타나베 교수는 “건물 환기와 바닥청소를 철저히 하면 어느 정도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도쿄도가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역설적이게도 도요스 시장이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폐쇄형 구조로 지어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방형 시장인 탓에 위생 문제가 거론됐던 쓰키지 시장과 달리, 도요스 시장은 수산물의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며 해충이나 먼지, 비, 바람, 외부공기 등의 유입을 막고자 폐쇄형 건물시설로 지어졌다. 상품의 신선도는 확보했지만 환기가 어렵다 보니 건물 내 차량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쌓이는 걸 감안하지 못했다.
도쿄도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장 내 19곳에서 ‘공기에 포함된 부유물질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법률로 정한 기준치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이후 시장 내 업계 단체와 함께 바닥과 천장의 청소 횟수를 늘리는 등의 조치로 시장 환경은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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