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첫 실적이 기존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토막 난 6조원대 초반을 기록하면서 10분기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다만 지난달 26일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내놓은 ‘예방주사’ 덕분에 주가는 안정을 지켰다.
삼성전자는 5일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15조6,400억원)보다 60.36% 줄어든 6조2,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52조원으로 지난해 동기(60조5,600억원)에 비해 14.13% 감소했다. 직전 분기 대비해서는 영업이익 42.59%, 매출 12.27%가 각각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약 열흘 전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부문에서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다.
◇글로벌 시장 둔화…메모리ㆍ디스플레이 ‘직격탄’
이번 공시는 잠정 실적인 만큼 구체적인 부문별 성적이 함께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예고했듯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부문 부진이 전체 실적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이 비수기로 진입한 가운데, 중국 패널 업체들의 공격적인 공급 증가로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삼성 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하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15%나 감소하고, 올해는 생산량 자체가 10% 감축된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OLED 패널 사용을 줄이면서 저조한 실적이 2분기까지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 둔화가 관측됐던 반도체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4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 기록을 세운 지난해 3분기(13조6,500억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며, 2분기 만에 10조원 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메모리 가격과 수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 가격은 직전 분기에 비해 각각 23%, 27% 떨어졌다. 최근 2년간 삼성전자 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하자 전체 실적이 주저앉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에서는 좋은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3월 정식 출시된 갤럭시S10이 생각보다 잘 팔리고 있는 덕분이다. 다만 갤럭시S9이 출시됐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는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는 달라질까…LG전자는 실적 선방
삼성전자가 열흘 전부터 미리 엄포를 놓아둔 덕일까. 이날 삼성전자 주가에는 어닝쇼크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21% 내린 4만6,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심지어 주가가 1% 넘게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연말부터는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세대(G) 통신 상용화로 5G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조금씩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2분기까지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전자도 이날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LG전자의 1분기 매출은 14조9,159억원, 영업이익 8,9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18.8% 하락했다. 업계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지난 분기 대비해서는 영업이익이 무려 1,088.4%나 뛰었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미세먼지 영향으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활가전 담당 H&A 부문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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