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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건강불평등과 정치

입력
2019.04.0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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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은 보건의 날이다. 세계 각국이 세계보건기구 헌장 비준일인 1948년 4월 7일을 기념하기 위해 정했고, 우리나라도 1953년 3월 국무회의에서 이날을 ‘세계보건일’로 지정했다.

보건의 날이 갖는 핵심은 물론 건강이다. 행복이나 삶의 질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요소가 건강임도 다 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을 살펴보면 대개 소득이 안정되고 주거 환경이 좋으며, 건강에 좋은 음식 섭취와 꾸준한 운동, 스트레스받지 않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보건의료는 질병의 생물학적 속성을 중요시하는 반면, 사회환경, 소득계층, 습관, 문화 등 사회적 속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함으로써 개개인의 생물학적 특징, 의료적 치료에 중점을 둔 정책들이 압도하고 있다.

작년에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17개 광역시도 및 252개 시ㆍ군ㆍ구별 건강불평등 현황’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소득 상위 20% 계층이 하위 20% 계층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모두 높게 나와 있다. 서울의 경우에도 기대수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가 84.8세로 기대수명이 가장 높고, 가장 낮은 지역은 금천구로 81.7세다. 서울시 안에서도 지역구 간 기대수명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러한 차이 문제를 한마디로 건강불평등이라 칭한다. 저소득층 아동들의 건강과 부유층 아동들의 건강에 차이가 나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 속에서 병원 갈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과 대기업 임원들의 기대수명이 다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그만큼 건강을 알뜰히 챙기지 못한 개인들을 탓할 수 없는 여러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맥락, 환경적 요소들이 있음도 잘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건강불평등의 해결 방안을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는 ‘한 세대 안에 격차 줄이기’라는 보고서에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는 일상생활 조건의 개선이다. 여기서 일상생활 조건은 사람들이 태어나 성장하고 일하고 나이 들면서 살아가는 가정, 동네, 학교, 일터에서 개개인이 경험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느냐가 건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상업적 이익을 챙기는 음식재료들을 피하고, 건강한 음식 조리법을 전파하는 등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적극적으로 건강한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는 권력, 돈, 자원의 불공평한 분포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였다. 불평등한 사회는 권력, 돈, 자원에 대한 접근권도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게는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접근 장벽이 존재하는데, 정부는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지원하여 가격을 낮추는 등 건강한 식품 공급정책을 꾸준히 펼칠 수 있다. 그리고 소득 불평등, 지역 격차 등을 줄이는 사회보장제도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다.

셋째, 과학적인 근거로 문제를 이해하고 대책의 영향을 평가할 것을 제시하였다. 이는 과학적인 근거와 평가야말로 피부에 닿는 지속 가능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 발생의 변화 추이를 파악할 목적으로 질병 등록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전체 인구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을 선정하여 위험요인, 건강행동, 영양 등에 대한 표준화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세계보건기구가 제안한 조치들에서 건강이라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강은 질병의 생물학적 속성보다는 다양한 사회 맥락과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훨씬 중요하며,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방안들을 정책화하고 실행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문제에 귀결됨을 보여준다. 우선 국회의원이나 지역의원들을 잘 선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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