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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방송 급변 상징하는 ‘미다스의 손’

입력
2019.04.06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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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CJ ENM PD

나영석 PD. 배계규 화백
나영석 PD. 배계규 화백

2013년 CJ E&M(현 CJ ENM)으로 직장을 옮겼을 때 30억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사자는 말을 아꼈고 일각에선 거품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몇 십억원 대 이적료를 받을 만하다는 평가가 따랐다. 상대적으로 안온한 직장이었을 지상파 방송 KBS를 박차고 나왔으니 ‘위험수당’도 감안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나영석 PD는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코너 ‘1박2일’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었다.

나 PD가 새 직장의 케이블채널 tvN에서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삼시세끼’ 시리즈를 성공시키자 거품 논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윤식당’ 시리즈와 ‘알쓸신잡’ 시리즈가 잇달아 시청률에서 고공비행을 하자 그는 방송계 ‘미다스의 손’ 대우를 받았다. 규제가 덜한 온라인에 우선 공개한 ‘서유기’ 시리즈를 통해 영상콘텐츠 소비 변화를 따라 잡으려는 시도를 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의 잇따른 성공과 더불어 그의 수입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지난 1일 CJ ENM은 지난해 나 PD에게 연봉으로 40억7,600만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나 PD의 급여는 2억1,500만원이었다. 38억원 가량은 성과금이었다. 지난해 나 PD가 연출한 ‘윤식당2’ 등이 CJ ENM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줬다는 의미다.

어느 스타 배우나 유명 가수 부럽지 않을 나 PD의 수입 공개가 부른 파장은 컸다. 나 PD의 연봉은 PD의 위상 변화와 미디어 업계의 급변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 이전에도 스타 PD는 있었다. 명망을 얻은 PD들이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길은 ‘독립’이었다. 지상파 방송을 나와 따로 프로덕션을 차려 ‘사장님’으로서 자기 몫을 챙겨야만 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종합편성(종편)채널이 출범하고, 케이블채널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등 방송 대 방송의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스타 PD의 중요성은 커졌다. PD가 금융시장의 펀드매니저 같은 존재가 됐다. 굳이 회사를 차리지 않아도 성과금으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나 PD는 의도하지 않게 방송시장, 더 넓게는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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