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수록곡 2개 음원 차트 1~2위
‘나만, 봄’ 공개 24시간 만에 이용자 129만 여 명
인디에서 주류 시장 접수 후 일본 진출까지
태연, 블랙핑크, 장범준. 신곡을 냈다 하면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가수들이다. 최근 보름 사이 줄줄이 신작을 낸 이 음원 강자들을 뚫고 요즘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이는 따로 있다. 여성 듀오 볼빨간사춘기다.
볼빨간사춘기는 지난 2일 새 앨범 ‘꽃기운’을 낸 뒤 수록곡 ‘나만, 봄’과 ‘별 보러 갈래?’로 5일까지 나흘째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일간 차트 1~2위를 휩쓸고 있다.
곡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나만, 봄’은 멜론에서 곡이 공개된 뒤 24시간, 즉 하루 동안 이용자가 129만명을 넘어섰다. 불과 하루 만에 한 음원 사이트에서 1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볼빨간사춘기의 신곡을 재생했다는 건 이들 음악에 대한 팬덤이 매우 두텁다는 뜻이다. 볼빨간사춘기는 2016년 8월 데뷔 앨범 ‘레드 플래닛’을 낸 뒤 한 달 뒤인 9월에 노래 ‘우주를 줄게’로 뒤늦게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신인이 역주행 신화를 쓰면서 입소문이 퍼졌고, 이후 볼빨간사춘기는 ‘좋다고 말해’ ‘남이 될 수 있을까’ ‘썸 탈꺼야’ ‘첫사랑’ ‘여행’ 등 발표한 신곡마다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했다.
인기 비결은 물론 볼빨간사춘기에 있다. 보컬인 안지영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독보적이다. 듣기 편한 통기타 연주 위주의 멜로디에 세련된 편곡이 어우러져 음악은 감칠맛을 더했다. 대형 K팝 기획사도 아닌, 인디 음악 레이블인 쇼파르뮤직 소속의 가수가 대중적 환호를 얻은 배경이다. 고음이 많지 않아 10~20대가 노래방에서도 볼빨간사춘기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고 한다.
따스하면서도 귀에 착착 감기는,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적 미덕은 신작에도 이어진다. 안지영이 ‘나만, 봄’ 후렴구에서 “플라워 선샤인(Flower sunshine) 완벽한 하루를 사실”이라 노래한 대목은 버드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처럼 아늑하다. 격정 없이 물 흐르듯 흐르는 기타 소리는 정겹다. 안지영의 말하는 듯한 랩으로 시작되는 ‘별 보러 갈래’는 경쾌한 리듬감이 톡톡 튄다. 사춘기에 솟아나는 기운을 빗대 지었다는 앨범 제목 ‘꽃기운’처럼 생기가 가득하다.
볼빨간사춘기는 비슷한 음악 스타일의 반복으로 때론 쓴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이번엔 변화의 시도가 엿보인다.
‘시애틀 어론’엔 트로피컬 사운드라 불리는, 청량한 전자음악이 흐른다. 기타 팝을 주로 했던 볼빨간사춘기의 도전이었다. 현악 연주가 인상적인 ‘머메이드’에선 볼빨간사춘기가 보여주지 않은 쓸쓸함이 묻어나 새롭다. 안지영은 지난 2일 신작 발매 행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재미와 신선함을 더할 계획”이라고 음악적 기대를 당부했다.
볼빨간사춘기의 무대는 더욱 넓어진다. 볼빨간사춘기는 데뷔 곡인 ‘우주를 줄게’를 일본어 버전으로 바꿔 6월 일본에 내놓는다. 인디에서 주류 시장을 접수한 뒤 현해탄을 건너 일본 진출을 앞둔 볼빨간사춘기의 ‘마법’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양승준기자 comeon@han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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