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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시한폭탄’ 핀란드, 복지개혁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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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시한폭탄’ 핀란드, 복지개혁 성공할까

입력
2019.04.07 18:00
수정
2019.04.07 20: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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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가 지난달 8일 수도 헬싱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각 총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시필레 총리가 이끌어 온 핀란드 내각은 보건복지개혁안의 입법 좌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가 지난달 8일 수도 헬싱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각 총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시필레 총리가 이끌어 온 핀란드 내각은 보건복지개혁안의 입법 좌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저출산ㆍ고령화’의 심각성 측면으로 따진다면 유럽에서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핀란드다.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1.65명(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1.17명보다 훨씬 높지만, 유럽에서는 출산율이 가장 낮다. 그래서 프랑스, 영국 등 이웃국가들은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인구 재앙’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핀란드를 주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핀란드를 인구절벽에 먼저 다가선 ‘반면교사’ 대상으로 바라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저출산ㆍ고령화가 초래한 사회 위기에 맞서는 핀란드의 다양한 정책들을 ‘최대한 장점을 뽑아내야 할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 같은 관점에서 “유럽 내 ‘초고령화 시한 폭탄’ 신세로 전락한 핀란드가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실험에 잇따라 실패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핀란드의 인구 고령화는 1939~1940년 소련의 침공과 이어 전개된 2차 대전에서 비롯됐다. 큰 전쟁을 치른 직후 출생아가 급증하는 ‘베이비 붐’ 현상이 발생했는데, 의학 발달에 따른 기대 수명의 급격한 증가로 당시 태어난 이들이 핀란드 인구구조의 고령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현재 2.7%인 초고령 인구(85세 이상) 비율이 2070년에는 전체 인구의 10분의1(9%) 수준까지 육박하고,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30%에 달하게 된다는 추정되고 있는 상태다.

FT는 이런 급박한 상황에 맞춰 핀란드 정부가 고령자에 투입되는 연금 및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지분야에서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지만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혁의 대표적 사례는 2015년 집권한 중도 우파 연립정부가 당시 295개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던 보건ㆍ복지ㆍ의료제도를 18개 단위로 통폐합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정부는 재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복지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했으나, 핀란드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회와 지방 정부까지 들고 일어나 정부 개혁안을 비난했다. 정파 간 대립도 심했다. FT는 “핀란드의 실패는 정치적 분열이 만연한 유럽에 ‘복지 정책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일깨워 줬다”고 평가했다.

FT는 대부분의 정책 실험을 실패로 평가했지만, 일종의 ‘노인공동체’인 코티사타마(Kotisatama) 장려 정책에 대해선 “다른 유럽국가도 배워볼 만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북서부 해안가의 복지시설인 코티사타마에는 현재 노인 부부 18쌍을 포함, 총 83명의 고령자가 집단 거주를 하고 있다. 평균 연령 72세인 이들은 젊은이들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서로 도와가며 생활한다. 필라테스와 사우나를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 준비와 빨래 등 가사도 스스로 해결한다. 인건비가 발생하는 돌봄 서비스가 배제되기 때문에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노인보호 대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자 바라마 동핀란드대 교수는 “(코티사타마가) 복지 비용 절약 효과뿐 아니라, 점차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노인들의 외로움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핀란드 일부에서는 코티사타마가 초고령 사회에서 야기될 모든 문제들의 해답이 될 순 없다면서 복지정책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핀란드의 한 국회의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복지 개혁에 뛰어들면, 정치인으로서의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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