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에 부는 ‘넥스트 제너레이션(넥젠)’ 바람이 거세다. ATP 세계랭킹 30위 안에 넥젠 출신이 7명이나 이름을 올린 가운데 올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3번째 ‘신인 최강자전’ ATP 넥젠 파이널에 출전할 신예들의 윤곽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3월 하드코트 시즌이 종료된 현재 세계랭킹 35위 안에 ‘넥젠 후보’만 5명이 포함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알렉산더 즈베레프(22ㆍ3위ㆍ독일)와 안드레이 루블레프(22ㆍ90위ㆍ러시아) 2명만 35위 안에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그만큼 신예들의 성장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후보 5명 중 가장 앞서 있는 건 넥젠 파이널 2연패를 노리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ㆍ8위ㆍ그리스)다. 치치파스는 이번 시즌 첫 그랜드슬램인 호주오픈 16강에서 로저 페더러(38ㆍ4위ㆍ스위스)를 꺾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앤디 로딕(37ㆍ은퇴ㆍ미국)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호주오픈 4강 진출 기록을 세웠고 지난 2월 프로방스오픈 우승까지 차지하며 단순히 이변이 아닌 실력임을 증명했다.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ATP 투어 니토 파이널로의 ‘월반’도 가능하다.
치치파스의 가장 유력한 대항마는 10대 소년 펠릭스 오제 알리아심(19ㆍ33위ㆍ캐나다)이다. ATP가 발표한 ‘레이스 투 밀란’(넥젠 레이스) 포인트에서 치치파스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는 알리아심은 올해 잠재력이 폭발하며 세계랭킹을 108위에서 70계단 이상 끌어올렸다. 호주오픈 2회전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2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오픈에서 개인 통산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BNP 파리바오픈 64강에서 치치파스를 2-0으로 제압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어진 마이애미오픈에서 ATP 역사상 최연소 마스터스 4강 진출자가 됐다. 알리아심은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들과의 전적에서 5승 1패를 기록할 정도로 강자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3위는 알리아심의 동향 선배인 데니스 샤포발로프(20ㆍ20위ㆍ캐나다)다. 샤포발로프는 정현(23ㆍ121위ㆍ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넥젠 파이널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이번 시즌엔 마이애미오픈 4강 진출 등 전년보다 향상된 기량을 선보이며 생애 최초로 세계랭킹 2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마이애미오픈에서는 넥젠 라이벌인 루블레프, 치치파스, 프랜시스 티아포(22ㆍ30위ㆍ미국)를 연달아 제압하기도 했다. 샤포발로프와 친한 사이로 알려진 티아포도 넥젠 레이스 포인트 4위로 강력한 넥젠 파이널 진출 후보 중 한 명이다.
또 한 명의 후보는 알렉스 드 미노(21ㆍ25위ㆍ호주)다. 드 미노는 지난 1월 고향인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ATP 투어 시드니 인터내셔널에서 자신의 프로 통산 첫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호주오픈 3라운드 진출, 멕시코오픈 8강 진출 등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넥젠 파이널은 올해가 3번째 대회다. 나이 제한이 없는 ATP 니토 파이널과 달리 22세 이하 선수 중 포인트가 높은 8명의 선수만 참여하는 신인 왕중왕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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