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에 따른 직무배제(2018년 10월), 징계 당사자의 헌법소원과 검찰 고발,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11~12월), 보다 강력한 징계인 직위해제 처분(지난 2일). 최근 6개월 사이에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이 벌인 공방입니다. 공정위는 유 관리관에 대한 징계가 갑질 신고와 내부감사 결과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한편에선 유 관리관이 공정위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인데 탄압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위가 징계를 내리기 앞서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신고자 여부 판정을 지켜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갑질 국장’인가 ‘왕따 희생자’인가
5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유 관리관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청하고 다음날 유 관리관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파면ㆍ해임ㆍ강등ㆍ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될 경우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입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10일 유 관리관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추석을 전후해 유 관리관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직원 20여 명의 신고가 익명으로 접수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같은 달 15일 국정감사에서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일시적ㆍ잠정적으로 직무정지를 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유 관리관은 오히려 “계약직으로 들어온 외부인인 내가 직원 20여명에게 단체로 신고 당할 만큼 갑질을 하는 게 가능하냐”며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습니다. 임기(2019년 9월)가 1년도 남지 않은 계약직 직원에 대한 조직적 음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 관리관은 직무정지 처분 이후인 지난해 11월 “헌법상 보장된 공무담임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 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공정위 측 입장은 다릅니다. 익명제보시스템이 마련되고 누군가 갑질 신고에 나서자 그 동안 숨죽이던 직원들이 연이어 동참을 했다는 것입니다. ‘단체 신고’ 이전에도 유 관리관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고 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감사담당관이 신고에 따른 감사를 벌인 결과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중징계 의뢰, 직위해제를 결정한 것”이라며 “조직적인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은 (유 관리관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익신고자 징계 부당” vs “신고와 징계는 별건”
유 관리관은 지난해 12월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선 유 관리관의 행적에 비춰 공익신고자로 인정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그가 공정위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조사가 허술했다고 폭로하는 내용의 공익신고를 한 점, 공정위 출신 대기업 재취업자와의 면담 제한이나 회의록 작성 의무화 등 내부 개혁을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한 겁니다. 권익위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 관리관은 또 공정위가 유한킴벌리의 담합 사건을 두고 의도적으로 늑장 조사를 벌이면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며 김 위원장을 비롯한 공정위 전현직 간부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리니언시(담합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처벌을 경감ㆍ면제) 제도에 따라 정상적으로 업무를 집행했다고 반박합니다.
공정위는 유 관리관 징계를 그의 공익신고 전력과 연결 짓는 시민단체들의 의혹 제기에도 선을 긋고 있습니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공정위의 직위해제 조치와 징계사유 공개는 제보자(유 관리관)의 인격을 공격해 제보 내용의 의미를 상쇄시키려는 메신저 공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유 관리관이 공정위 본연의 직무와 관련해 공익신고 활동을 해왔지만 오히려 불이익 조치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 관리관이 공익신고자인지 여부와 이번 징계는 별개”라고 말했습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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