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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 홍보해 주시고~ 사고 나면 책임 못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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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 홍보해 주시고~ 사고 나면 책임 못집니다”

입력
2019.04.06 04:40
수정
2019.04.06 12:19
5면
0 0

 신안군 ‘한 달 살기’ 프로그램 

 신청자에 서약서 요구 물의 

 

신안군 한달 살기 프로그램 서약서. "각종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안군 제공
신안군 한달 살기 프로그램 서약서. "각종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안군 제공

“여행 중 각종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질 것임을 서약한다.”

5일 평소 여행에 관심 많던 직장인 장모(32)씨는 이 문구가 적힌 서약서를 보고 뜨악했다. 이 서약서는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난 대상으로 떠오른 문서다. 전남 신안군이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프로그램 신청자들에게 요구한 서약서다. 장씨는 “민간 여행사도 여행상품을 팔 때 배상책임보험을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여행상품을 만들면서 모든 책임을 여행자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은 글을 써놔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지난달 11일 ‘신안에서 한 달 살아보기’라는 내용의 여행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냈다. 제주에서 시작된 ‘섬에서 한달 살아보기’ 열풍에 올라탄 아이디어다. 신안군 지역엔 섬이 많으니 이 섬들 가운데 한 곳에 최대 30일 가량 머물 사람들을 모집, 이들이 발견한 숨은 명소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활동일지와 여행 후기 등으로 활동 기록을 남기지만 교통비와 숙식비는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신안군이 내놓은 지원금은 1일 최대 2만원에 그친다. 여행객은 소액이라도 지원금을 받아서 좋고, 신안군은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문제는 서약서 문구였다.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진다”는 표현에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적어도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범위를 좁혀야 하는 것이 아니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신안군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이어졌다. 일부 사람들은 2014년 불거진 장애인 염전 노동 사건, 2016년 초등학교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도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각종 사고’는 작은 손해에서부터 사망에까지 이르는 큰 범위를 한데 아우르는 의미”라며 “자칫 소송할 권리 자체를 포기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삽화=박구원 기자
삽화=박구원 기자

여행자가 자초한 사고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더라도, 장기 체류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군측이 여행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여행도 수련회, 수학여행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단체여행은 보험을 드는 게 일반적이고,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교통사고, 의료사고, 재해 등에 대비한 ‘시민안전보험’을 가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애초 20개 팀을 선정할 예정인 프로그램이었지만, 신청자가 적어 8개 팀만 최종 선정됐다.

신안군은 “참가자들이 안전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줬으면 한다는 의미에서 쓴 글인데 지나치게 경직된 표현을 쓰는 바람에 오해를 샀다”는 해명을 내놨다. 경직된 표현을 쓴 데는 지난해까지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자전거사고보험에 가입했는데, 올해엔 예산 부족 때문에 보험계약이 만료됐다는 점도 작용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전부 다 책임질 수는 없으니 보험에 들거나 조심하라고 권고하려는 뜻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가거도항 전경.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가거도항 전경. 신안군 제공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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