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수업으로 제2의 인생 “친정 KT도 늘 응원”
‘국민 우익수’ 이진영(39ㆍ전 KT)이 그 별명을 얻게 해 준 나라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기로 한 이진영은 5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로 출국 전 본보와 만나 “이제부터 혼자라는 생각으로 직접 부딪치고 개척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KT에서 20년 현역 생활을 마감한 이진영은 어렵사리 여러 지인들의 도움과 라쿠텐의 배려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은퇴 후 막연하게 코치 제의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찌 보면 내 욕심이었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야구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된 연수가 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9년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쌍방울에 입단한 이진영은 2000년 SK로 재창단 되면서 2008년까지 주전 우익수로 활약했다. 2004년에는 타율 2위(0.342)에 오르며 최정상급 좌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는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로 ‘국민 우익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해 두 번의 FA 계약을 한 7년 간 5번이나 3할을 쳤다.
통산 2,000안타 고지까지 밟은 레전드 타자 중 한 명이지만 그의 화려한 인생은 여기까지였다. 세대교체의 희생양으로 LG에서 설 자리를 잃은 끝에 2015년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옮겼지만 ‘육성’을 기조로 내세운 KT에서도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진영은 “20년이나 뛰었는데 선수 생활에 미련은 없었다. 다만 후배들에게 좋은 마음으로 자리를 물려주고 내 스스로 내려올 때를 결정하고 싶었는데 그게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은퇴를 결정하고 한 달 정도는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처음으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 힐링이 됐다”는 그는 이제 긴 ‘은퇴 휴가’를 마치고 인생 2막의 출발 선상에 섰다. 20년간 그라운드에 서 있던 4월이 왔다. 이진영은 “어색함 반 자유로움 반인 것 같다”라며 “이제 뛰진 못해도 개막전부터 빼 놓지 않고 야구를 봤다”고 했다. 그는 “KT가 초반 성적이 좋지 않지만 (유)한준이와 (박)경수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동료들끼리 믿고 플레이하면 분명히 풀릴 것이다. 일본에서도 늘 동생들 응원할 생각이다”라며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표팀 전력분석원도 맡았기 때문에 그는 일본에서도 KT뿐 아니라 KBO리그 경기까지 챙겨봐야 한다.
이진영은 “몰랐던 세상의 야구를 공부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내 하기 나름이다. 집중하고 노력하면 하나라도 더 얻어 올 거고 그냥 지켜만 본다면 아무것도 얻는 게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어를 배울 때까지 통역에게 토씨 하나도 빼 놓지 말고 전달해 달라고 당부해뒀다”고 웃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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