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최악 산불, 태풍급 바람이 규모 키워
두 산불 모두 전선 불꽃이 발화 직접 원인 지목
쓰촨성과 아테네 등도 간조한 날씨에 강풍 탓
강원도 고성 발 대형 산불의 원인은 미국ㆍ중국 등에서 최근 발생한 산불과 유사성을 띠고 있다. 모두 태풍 급 바람이 건조한 대기를 실어 나르며 순식간에 불길을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4일 오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밤 사이 인제와 속초, 강릉, 동해까지 번진 상태다. 5일 오전 현재까지 고성 250㏊, 강릉 110㏊, 인제 25㏊ 등 385㏊가 소실됐다. 이는 축구장 면적(7,140㎡)의 539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삽시간에 불길이 번진 것은 봄철 동해안에 부는 국지적 바람인 '양간지풍'(襄杆之風)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이 바람은 국지성 바람치고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5일 오전 미시령의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28.9m에 이르렀다. 태백산맥과 동해안지방에 건조 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태풍급 바람이 불며 짧은 시간에 불을 확산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89명의 사상자를 내며 캘리포니아주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된 산불 캠프파이어의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인근 강풍 속도는 80~90km였다. 강원도 양간지풍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캘리포니아와 이번 강원도 산불 모두 고온 건조한 바람이 산맥을 타고 아래로 불었으며, 그 아래에 우거진 숲이 있었던 점도 비슷하다. 바람이 멈추지 않는 이상 옮겨붙기 시작한 불길은 좀처럼 진화하기 쉽지 않다.
두 산불 모두 전선(電線)에서 발생한 불꽃이 원인으로 지목된 점도 주목된다. 미 서부 최대 전력회사인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PG&E)는 지난 2월 “송전선 일부가 산불 최초 발화 15분 전 끊어졌으며 끊어진 전선에서 발생한 불꽃이 건조한 수풀에 옮겨 붙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한국전력도 강원도 산불 원인에 대해 5일 “전기 스위치 역할을 하는 진공절연 개폐기 전선에서 불꽃이 발생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미국 남서부를 휩쓴 토머스파이어는 한 달 넘게 불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11만㏊ 이상의 면적이 불에 탔다. 당시에도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었다.
지형은 다르지만, 지난달 30일 발생해 소방관 30명이 숨진 중국 쓰촨성 산불도 건조한 강풍이 피해를 키웠다. 해발 4,000m 고산지대에서 화재가 발생, 당국은 소방관 700여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진압 작업 도중 산간에서 불던 바람 방향이 갑자기 바뀌며 소방관들이 투입된 지역에 치솟은 “거대한 화염”이 목격됐다고 쓰촨성 당국은 설명했다.
같은 달 31일 산시성에서도 대형 산불이 일어나 9,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높은 기온과 적은 강수량이 화재 규모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기록적 폭염에 시달렸던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강한 바람 탓에 순식간에 확산된 불로 60명이 숨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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