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방송3사 뉴스 속보 수어 통역 없었다” 지적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며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KBS, MBC, SBS 등 방송사 3사 뉴스 속보에서 수어 통역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 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트위터로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는 물론, MBC 등 공중파 뉴스 속보에서 수어 통역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 MBC는 지금 당장 화재 뉴스 속보에 수어 통역을 도입하시라”라며 “속초ㆍ고성에 사는 장애인도 재난 속보를 듣고 안전해질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지적했다.
산불이 확산된 전날 밤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를 포함한 MBC, SBS 등 방송 3사는 뉴스 속보로 화재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급히 편성된 특보 상황인 탓인지 수어 통역은 없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새벽 12시 40분쯤부터 뉴스 방송을 시작한 SBS에서도 수어 통역을 하지 않고 있다”며 “방송 3사가 모두 포항 대지진 이후 장애인 안전에 대해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가 남긴 장애인의 안전해질 권리에 관한 이 트윗은 2,000회 이상 리트윗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는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제작물 또는 서비스를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폐쇄 자막, 수어 통역, 화면 해설 등 시청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장애인 방송 접근권 보장 고시’에 따라 지상파 3사는 방송 시간 중 5%만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재난 상황 외에도 수어 통역 시청권 보장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달 14일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과 한국농아인협회 등 시민단체는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수어 통역 실시를 요구한 바 있다.
박철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재난방송이라는 게 재난이 발생했다는 걸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자신의 몸을 피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 알림을 받을 수 있는 방송이어야 되지 않나”라며 “청각장애인들이 그냥 단순하게 뉴스 자막만으로 상황을 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특보에서 간단한 대피소 같은 것들은 자막으로 나오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차단된 것”이라며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를 차별 받는 것이니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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