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석유화학 업계가 미국의 대이란 원유 제재와 관련,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대체할 만한 유종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L·West Texas Light)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4일(현지시간) “한국은 이란의 최대 아시아 고객 중 하나”라면서 “한국 업체들이 WTL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이란 제재 면제 조처의 연장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다른 수입선을 물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원유 분석자료 검토 및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앞서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 탈퇴 뒤 지난해 11월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들에게 경제제재를 하는 제재 조치를 시작했으나, 한국 등 8개국에 대해서는 180일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한 바 있다.
제재 유예 시한은 다음 달 3일로 종료된다. 유예 시한을 한 달여 남긴 지난달 28일 한미는 한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적 허용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미국 측은 이란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더 강화해나갈 방침이라면서도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한국에 수입되는 이란산 원유의 70% 정도는 콘덴세이트다. 이란산 원유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업체들이 선호해 한국 전체 콘덴세이트 도입량의 51%(작년 1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연료인 나프타의 함량이 높고, 나프타 추출에도 최적화돼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WTL도 정제할 경우 나프타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란산 콘덴세이트의 잠재적 대체품으로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달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은 미국이 대이란 제재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고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협은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생산 3위 국가로, 미국의 이란 제재 심화에 따른 공급 축소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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