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한 풍계리 사찰 수용하면 미국 제재 완화에 긍정 신호”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4일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조기수확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북미, 남북이 실무협상에서부터 합의를 다져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조기수확의 첫 걸음으로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검증에 나선다면 미국도 부분적 제재 완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국제학술회의에서 “하노이 회담 후 북미대화 회의론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크든 작든 신속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협상 전략을 조율해 온 그는 북미가 포괄적 합의와 더불어 초기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선(先)이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조기수확론’을 공식 노선으로 재확인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톱다운’(정상 간 담판) 방식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 본부장은 “남북, 북미 간 의미 있는 실무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톱다운을 지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주 앉기 전 양측 실무대표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비건 대표 간 협상 진전이 필수적인데, 2월 하노이 회담에선 이 과정이 원활치 않았음을 지적한 셈이다. 현재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측을 향해 차기 협상에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권한을 제대로 위임 받은 실무대표를 내보내라는 메시지를 에둘러 보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북미 대화가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제재 강화만으로는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제재가 북한이 나쁜 결정을 하는 것을 막는 수단이 될 순 있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며 “해결을 위해선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수십년의 제재 압박에도 핵무기 위협을 키워온 것을 언급, “더 강력한 압박이 있으면 북한이 한번에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북측이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선 신뢰구축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같은 회의에 참석한 문정인 특보는 조언했다.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이 3분의 2를 파괴했다고 주장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북한이) 사찰ㆍ검증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면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 관련 질문에는 “북한이 그런(풍계리 사찰 수용 등) 행동을 보여준다면 당연히 미국 측은 (부분적) 제재 완화를 해줄 것”이라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에 대한 제재를 풀어줄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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