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신문은 존경 받는다”며 “신문인의 양심이 자유롭게 발현되고, 신문이 힘없는 사람,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할 때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내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국면의 중요한 시기인 만큼 언론에 기대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방송의 날’ 행사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신문의 날 참석은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3년과 2014년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2008년 행사 자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1936년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우고 사진을 보도한 동아일보 등을 언급하며 “한 장의 사진, 한 줄의 기사에 담긴 신문인의 양심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촛불혁명 역시 우리 신문들의 보도를 통해 가장 평화롭고 민주적인 혁명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며 “모두 신문과 보도의 힘”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신문 보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다시 높아지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영논리ㆍ속보경쟁 △스마트폰을 통한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의 유통 △클릭 수의 중요성에 따른 자극적이고 깊이 없는 보도 생산 등을 “신문이 극복해야 할 대내외적 도전”이라고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신문이 국민과 함께 역사의 질곡을 헤쳐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혁신적 포용국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돼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신문협회 고문 자격으로 참석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만나 “신문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건배사에 맞춰 잔을 부딪히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인 이병규 한국신문협회장, 김종구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을 비롯해 민병욱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이재진 한국언론학회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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