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응 사병 문제에도 효과 있어… 사용규정 위반 벌칙은 강화하기로
“일과 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어머니 병세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두고 입대한 병사 A씨는 1일부터 모든 국군부대에서 시행된 ‘병사 일과 후 휴대폰 사용’ 시범 허용에 대해 4일 이렇게 평가했다. A씨는 “일과 후에 휴대폰으로 어머니에게 용기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부모님이 국외에 거주하고 있어 시차 때문에 공중전화로 통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오던 육군 병사 B씨도 “휴대폰을 활용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자주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제 건강상태 등도 말씀드릴 수 있어 부대 적응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국제전화를 할 때보다 통신비가 덜 드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부터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3월까지 22만 3,487명의 병사를 상대로 시범운영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3개월 뒤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휴대폰 사용시간은 평일은 오후 6~10시, 휴무일은 오전 7시~오후 10시이고, 보안 취약구역을 제외한 전 공간에서 사용하되, 촬영과 녹음기능은 통제된다.
국방부의 시범운영 결과 분석에 따르면, 병사들은 검색을 하거나 SNS 용도(34.9%)로 가장 많이 사용했고, 통화(19.4%), 자기개발(15.7%), 음악감상(13.5%), 동영상이나 웹툰 시청(9.6%), 게임(6.4%) 순이었다. 시범운영 기간 보안사고는 없었고, 규정 위반 대부분은 사용 시간이나 장소 위반(78.1%)이고, 신고 없이 휴대폰이나 태블릿PC를 무단 반입한 경우(19.4%)였다.
병영생활전문상담관들은 △휴대폰을 통한 교류로 우울감이나 고립감 등이 감소해 심리적으로 안정화하고 △명랑한 병영생활에 순기능이 있으며 △군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음으로써 스트레스가 해소돼 부적응 문제가 순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휴대폰 사용 시범운영 부대와 미운영 부대를 비교했을 때 심리ㆍ정서 관련 상담 비율이 시범운영 부대(32.3%)가 미운영 부대(46.3%)보다 낮게 나타났다. 군 부적응 문제 상담도 시범운영 부대는 30.8%, 미운영 부대가 36.0%로 낮게 나타났다.
다만 병사들이 사용장소 위반 등을 저질렀을 때 부과되는 휴대폰 3~14일 반납 등의 벌칙은 너무 경미한 것으로 판단, 사용지침 위반 시 벌칙은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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