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의 교섭권ㆍ파업권 개악 요구 논의 시 총파업”.
민주노총이 4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정부의 탄력적근로시간제 단위시간 확대,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 등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하며 ‘4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17일 임시대의원대회와 올해 1월 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두 번이나 경사노위 참여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주노총에 사회적 대화 참여 명분을 주지 않는 한 사회적 대화파인 김명환 위원장으로서도 대화 참여의 동력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우향우 하고 있다고 규정한 민주노총이 선명한 투쟁노선을 내세우면서 당분간 노정관계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736명의 대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제68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사업 계획안과 4월 총파업ㆍ총력투쟁 계획을 담은 특별결의문을 의결했다. 민주노총은 특별결의문에서 “정부와 국회가 경총의 교섭권ㆍ파업권 개악 요구로 공식 입법논의에 돌입할 경우 총파업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대의원대회 당시 경사노위참여에 대해 찬반 양측이 격론을 벌이며 새벽까지 회의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 이날 회의는 현장 발의 형태로도 아예 논의되지 않아 2시간여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올려야 한다, 대화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이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선 총파업과 투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데 뜻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전날 국회의 노동법 개정안 처리 움직임에 반발하는 시위 과정에서 김명환 위원장과 일부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상황은 투쟁 분위기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 민주노총 내 투쟁파로 분류되는 노동자연대 등의 일부 정파는 대회장 곳곳에‘대화는 끝났다’, ‘노동개악 문재인은 친구 아니다’는 현수막과 대자보를 붙이는 등 대정부 공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사회적 대화 찬성파로 분류되는 보건의료노조, 건설산업연맹 등의 산별노조ㆍ연맹 위원장들을 만나 “노동 개악에 반대하는 국회 앞 투쟁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적전(敵前) 분열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경사노위 참여안을 내지 말아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회적 대화 참여에 찬성하는 측은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의 한 관계자는 “대화는 끝났다고 대자보를 붙여 놨는데, 사실 대화를 한 적은 있는지 되묻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사실상 물 건너 간 만큼 노정관계는 당분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노동법의 개정을 추진하는데 이어, 노동계의 숙원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경영계가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내 쟁의허용 등 단결권을 제약하는 조건들을 내걸고 논의를 막고 있어, 민주노총 내부에서 투쟁파의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와의 관계가 이미 금이 간 상태여서 노정 갈등은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이 협상 테이블에 들어오는 대신 장외투쟁을 선택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다”며 “탄력근로제 보완 등 현장 대책이 시급한 상황을 또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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