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상품수지 악화로 36억달러 그쳐… 배당금 지급 집중되는 이번달이 고비
수출 악화로 우리나라의 상품수지 흑자가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무려 7년 가까이 흑자 행진을 이어온 경상수지가 이달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먹구름이 짙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경상흑자국’ 이미지까지 흔들릴 경우, 후폭풍이 거셀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줄어드는 흑자 규모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 2월 상품수지는 54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4년 7월(54억2,000만달러) 이후 4년7개월 만에 가장 적은 흑자 규모를 보였다. 반도체(-24.8%)와 대중국(-17.4%) 수출 등이 1년 전보다 급감한 여파다.
상품수지가 악화되며 2월 경상수지(상품+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 역시 36억달러 흑자에 그쳤다. 흑자액이 9개월 만에 최소였던 지난 1월(28억2,000달러)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지난해 월 평균 흑자액(63억7,000만달러)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2012년 5월부터 시작된 월간 경상수지 연속 흑자 기록은 역대 최장 기간인 82개월(6년 10개월)로 연장됐다.
한은은 3월에는 상품수지가 다소 개선됐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정부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통관 기준 무역흑자 폭은 2월보다 12억달러 가량 높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집계 기준이 다른데 통상 상품수지 액수가 더 크다. 다만 지금의 상품수지 흑자 기조는 수출 호조가 아닌 수출입 동반 감소로 유지되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상품수지가 반등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매년 3, 4월은 경상수지의 한 구성요소인 ‘본원소득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내는 달이다. 국내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배당금이 지급되는 시기인 탓이다. 상품수지 흑자가 계속 위축될 경우, 자칫 경상수지도 흑자 행진을 끝내고 적자로 돌아설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4월이 ‘적자 전환’ 최대 고비
특히 올해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이번 달이 고비로 꼽힌다. 최근 3년간 4월 본원소득수지는 2016년 35억2,000만달러, 2017년 46억7,000만달러, 2018년 56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4월엔 계절적 요인(배당 지급)으로 경상흑자가 축소되겠지만, 최근 서비스수지가 개선되고 있어 경상수지의 추세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설사 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도 계속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외국인 배당은 일시적 요인이고, 수출 부진은 원자재, 기계류 등 수입 감소와 병행되는 만큼 상품수지가 어느 정도 흑자는 유지할 거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상적자가 일단 현실로 나타나면 경제에 미칠 충격이 상당할 거란 우려가 높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의 대표적 이미지인 경상흑자 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심리적 위축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의 원화 가치 안정세는 수급 요인보단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한데, 경상적자 전환은 이런 믿음을 흔들며 외환시장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인다면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가 한층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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