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뭘 해도 묻힌다.”
최근 방송 관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하소연이다.
지난 1월, 이른바 ‘승리 버닝썬 게이트’로 시작된 각종 파문들이 쏟아진 지도 어느덧 3개월째다. 하지만 각종 논란들은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끊임없이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승리와 ‘버닝썬’을 둘러싼 성접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카카오톡 단톡방의 존재는 순식간에 정준영의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범죄 파문으로 이어졌고, 같은 단톡방 멤버였던 최종훈과 정준영의 몰카 영상을 접했던 용준형 역시 실명 공개 이후 논란에 휩싸이며 연예계를 은퇴했다. 또 다른 단톡방 멤버인 씨엔블루 이종현은 사과문은 공개했지만 아직 팀 탈퇴 여부나 추후 활동 계획 등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4일에는 새로운 단톡방 멤버로 밝혀진 로이킴의 불법영상 공유 혐의로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며 또 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승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비단 ‘몰카 범죄’ 파문에만 불을 지핀 것이 아니었다.
‘승리 게이트’의 주요 관련 인물로 유리홀딩스의 유인석 대표가 거론되며 그의 아내 박한별 역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현재 박한별은 MBC ‘슬플 때 사랑한다’로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에 나선 바, 남편과 관련한 의혹에 박한별의 거취를 두고도 오랜 시간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또 지난 23일 ‘승리 게이트’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된 이후에는 클럽 버닝썬의 해외 투자자이자 승리의 인맥인 ‘린사모’의 존재가 화제에 오르며 당시 린사모의 자료사진에 등장한 지창욱 등이 때 아닌 ‘친분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준희 역시 해당 방송 이후 ‘승리의 일본 투자자 성접대에 동석한 여배우’라는 의혹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렀고, 끝내 출연을 검토 중이던 ‘퍼퓸’에서 하차한 뒤 “강경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 3개월 간 ‘승리 게이트’와 관련해 쉴 틈 없이 포털사이트 실검을 장악했던 이들을 얼핏 생각해 봐도 이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떠오른다. 하루에도 몇 건씩 새로운 논란이 연이어 터지다보니 근래 들어 포털사이트 검색어는 ‘승리 게이트’ 관련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밝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에 맞는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 맞지만 기약 없이 장기화되는 사태에 방송가에는 “죽을 맛”이라는 하소연이 줄 잇는 상황이다. ‘승리 게이트’를 중심으로 한 각종 논란들이 쉴 틈 없이 터지는 바람에 어떤 작품을 내 놔도, 어떤 프로그램을 론칭해도, 누가 복귀를 하고 차기작을 선택해도 도무지 화제를 모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장기화 되고 있는 승리 사태가 언제쯤 소강상태로 접어들 지에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모든 의혹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각 소속사들은 소속 스타들의 출연이나 복귀 소식이 조용히 묻혀 버릴까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제작발표회나 쇼케이스 등을 진행해도 포털사이트 등에서 화제가 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방송가의 염원과 달리 이번 사태는 꽤나 장기화 될 전망이다. 현재 승리는 성매매,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가 추가된 데 이어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까지 더해지며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다. 이 외에도 ‘몰카 성범죄’ 논란의 온상지인 카카오톡 채팅방에 추가 인원들이 존재했다는 조사 결과가 전해진 가운데 로이킴에 이어 또 다른 연예인 피의자가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성범죄와 별개로 이번 사태의 뿌리에 자리 잡고 있는 승리의 정경유착과 윗선의 유착 여부 역시 반드시 해소돼야 할 부분이다.
다소 냉정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저조한 화제성’보다 ‘본질적인 의혹 해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 시점에서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업계에서 빠른 사태 해결을 통한 현상 회복이 간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방송가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뿌리뽑기’가 필요한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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