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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주선하며 돈 챙기는 보호소 탈을 쓴 ‘펫숍’…운영ㆍ확산 막아야

입력
2019.04.05 15:00
수정
2019.04.05 22: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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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에 대해 묻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몇 달 전 업무로 사무실을 찾은 사람이 유기동물을 입양하려고 방문했던 한 보호소에 대해 말을 꺼냈다.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데 어리고 품종 있는 강아지일수록 비싼 책임비를 받고, 파양할 경우 몇 배에 달하는 비용을 청구한다며 ‘뭔가 이상하다’는 이야기였다.

‘동물 요양보호소’ ‘안락사 없는 보호소’ 등 동물보호소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운영하면서, 기르지 못하게 된 반려동물을 인수해 새 가정으로 입양을 주선해준다는 시설이 생겨나고 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주인이 사육을 포기하는 동물을 인수해 새 가정을 찾아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도,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도 일반 시민이 기를 수 없게 된 동물을 받아주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틈새시장을 노려 사육포기 동물을 인수하는 대가로 ‘파양비’를 받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준다는 시설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유기동물을 구조한 시민 중에도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내면 안락사를 당한다’는 말을 듣고 사비까지 들여 이런 시설에 동물을 위탁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런 시설들이 비영리가 아닌 상업적 목적을 위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기존 유기동물 보호소와 달리 유기동물 외에도 동물 판매업으로 등록을 하고 번식된 동물을 판매하고 있어, 사실상 ‘펫숍’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보호소라면 입양자를 신중히 선정하고 사후 관리도 해야 하지만 이런 시설에서는 마구잡이로 입양을 보내도 입양자가 사육을 포기하면 다시 파양비를 받을 수 있으니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수십만~수백만원의 파양비를 받고도 부상이나 질병을 방치하고, 병든 동물을 입양한 시민과 갈등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 행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미국 아이오와주에서는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을 펫숍에 판매하는 브로커가 허위로 ‘동물구조단체’를 만들어 비영리단체 등록까지 하고, 인위적 번식으로 태어난 동물을 구조된 동물로 둔갑시켜 판매한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조사를 통해 적발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선 법 개정으로 유기동물 관리를 강화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위스콘신 주에서는 사설 보호소든 가정에서 임시보호를 하든 연간 25마리 이상 유기동물을 보호하려면 주의 허가가 필요하고 감사의 대상이 된다. 조지아 주에서도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자는 농무부서의 허가를 받고 규모에 따라 소정의 등록비를 내야 한다.

기업이 환경에 위해가 되는 활동을 하면서 친환경적인 것처럼 선전하는 ‘그린 워시’와 마찬가지로, 동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보호하는 활동으로 포장하는 산업도 존재한다. 지난해 사설보호소 폐쇄 위기, 안락사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설 동물보호소 관리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보호소를 가장한 펫숍처럼 동물을 돕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악용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물 보호소의 정의와 관리ㆍ감독의 근거를 법에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보호소라면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동물을 번식해서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도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반려동물은 끝까지 책임지고, 동물을 입양할 때는 지역사회의 유기동물 보호소를 먼저 찾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이런 ‘변종 보호소‘에 대한 수요도 조만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글ㆍ사진= 이형주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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