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북미회담 이후 등 주요 분기점 전후로 삼지연 시찰… 이달 11일 최고인민회의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규모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양강 삼지연군을 현지 시찰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가 4일 보도했다. 국가 주력 사업인 삼지연군 개발을 기한 내 완수하라는 독려 차원의 행보지만, 그간 삼지연군 시찰이 주요 사건과 맞물려 이뤄졌던 만큼 ‘포스트 하노이’ 국면 중대 결심 발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삼지연군 읍지구 건설 현장을 돌아보시면서 공사 진행 정형(상황)과 실태를 요해(파악)하셨다”고 전했다. 백두산 입구에 자리한 삼지연군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혁명활동 무대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지로 북한이 선전하는 곳으로, 김 위원장이 이곳을 찾은 건 지난해 10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현지 시찰은 국가 역점 사업인 삼지연군 건설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목표한 일정에 맞춰 임무를 수행하라고 독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건설자들이 북방의 추운 겨울철 날씨 조건에서도 공사를 많이 진척시켰다”며 “이런 속도, 기세로 냅다 밀고 나가면 당에서 구상한 대로 삼지연군 건설을 제 기일 안에 결속(종료)할 수 있을 것이다. 전망이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초 삼지연군 건설 완공 시점은 2021년이었으나,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삼지연군을 찾아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2020년 10월 10일로 목표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삼지연군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상당한 만큼, 김 위원장의 방문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행보에 대한 발표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013년 11월 삼지연군을 찾은 뒤 고모부 장성택 숙청 작업에 돌입했고, 2017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다음 달 백두산에 오르는 등 주요 사건이 삼지연군 시찰을 즈음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1차 북미 정상회담 한 달 뒤인 7월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8월 삼지연군을 찾았다.
북한은 이달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회의를 앞두고 있어, 이를 계기로 향후 전략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달 10일 선거를 통해 선출된 687명 대의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이날은 ‘김정은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현지 시찰에서 ‘대북 제재에 굴하지 말라’고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의 ‘일괄타결’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담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삼지연군 꾸리기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치열한 계급 투쟁, 정치 투쟁”이라며 ‘자력갱생’을 통한 사업 완수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고향인 평양을 떠나 삼지연군에 정착한 세 쌍둥이 자매 가정을 방문하고, 완공 단계에 있는 삼지연들쭉음료공장, 삼지연군 초급중학교를 찾으면서 삼지연군 띄우기 행보를 이어갔다. 감자가루생산공장에서는 “공장을 잘 운영하여 군내 인민들은 물론 온 나라 인민들이 덕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민생을 중시하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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