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전기에 암석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약사불좌상이 경남 고성 거류산에서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거류산 정상 부근 바위에서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2.54m 높이의 마애약사불좌상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약사불은 질병을 고치고 수명을 늘려주는 부처다.
불상은 오른손을 어깨까지 들어 올린 ‘시무외인’을 취하고 있다. 중생의 두려움과 근심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는 자세다. 왼손에는 장식구슬인 보주를 들었으며, 큰 연꽃을 엎어 놓은 무늬가 새겨진 대좌 위에 결가부좌로 앉아 있다.
불상 이목구비는 과장되게 표현됐고, 짧고 선명한 목에 세 개의 줄이 새겨져 있다. 이는 삼도(三道)를 뜻하는 것으로,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3가지 수행단계를 의미한다. 머리는 부조로 표현하고 몸은 얇은 선으로만 조각해 얼굴 표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고려 전기 마애불의 중요한 특징이다.
불상이 발견된 거류산 정상(해발 571m)에는 통일신라 시대의 석축산성인 거류산성(경남 문화재자료 제90호)이 있다. 이 정상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봉우리(해발 380m) 사면에 커다란 암석들이 있는데, 이 중 제일 큰 암석 전면에 마애약사불이 조각돼 있다. 고려 전기 작품인 충북 제천 월악산 덕주사 마애불(보물 제406호)과 같은 양식으로, 당시 수도인 개성에서 유행한 양식과 얼굴 표현 등이 확연히 다르다. 문화재청은 “지역 특색이 잘 드러나고 사례가 많지 않은 마애약사불이란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보고 있다.
가야문화재연구소는 지난달 14일 개인 블로그를 보고 불상의 존재를 인지했다. 거류산 일대를 두 차례 걸쳐 조사한 끝에 지난달 22일 이 불상을 발견, 중요한 문화재임을 확인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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