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도 가학적으로 변하는 추세, 불법성형 못지않아
“중국의 전족 풍습을 얼굴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어...”
대구 수성구에 사는 조현희(34)씨는 얼굴 리프팅 수술에 관심을 가지고 병원을 물색하던 중 아는 언니에게 “성형외과에 가지 않고도 얼굴을 리프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얼굴 리프팅 테이프에 관한 정보였다. 그 언니는 “얼굴에 붙이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처진 얼굴을 감쪽같이 당겨준다”면서 테이프 리프팅을 적극 추천했다.
당장 테이프를 사서 얼굴에 붙였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테이프를 붙인 곳이 가렵더니 물집이 생겼다. 나중에는 물집이 터져 노란 진물이 흘렀다. 병원에서 접촉성 피부염 진단을 내렸다. 항생제를 복용하고 연고를 꾸준히 바른 뒤에야 짓물렀던 피부가 호전됐다.
류경석 성형외과 전문의는 “처진 피부를 올리기 위해 실리콘 테이프를 피부에 부착해 장시간 장력을 가하면 심한 피부 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력 외에도 접착제와 실리콘 성분이 피부트러블을 일으킬 수도 있는 데다 피부가 얇고 투명한 사람은 장기간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가 더 처진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튜브에서 ‘중국 화장 전후’라는 제목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중국 여성이 맨얼굴로 나타나 화장을 해서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영상 속 여성이 두툼한 양쪽 턱에 투명한 밴드를 붙여서 턱살을 한껏 당긴 후 귀 밑에 다른 쪽 끝을 붙이는 장면이다. ‘밴드 시술’이 끝나고 나면 마치 수술이라도 한 것처럼 늘어졌던 턱살이 V라인으로 날렵하게 변한다.
이 같은 영상이 인기를 끌자 브이 라인을 만들어주는 테이프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판매자들은 수술 없이 간편하게 V라인을 만들어주는 신제품으로 부작용이 없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브이 라인 밴드로 피부를 당기면 갸름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건 정면에 한해 가능하다. 측면에서 보면 살이 우둘투둘하게 접혀 있는 게 눈에 띈다.
가장 큰 부작용은 피부염이다. 반복적으로 쓰거나 하루 종일 사용하면 접착면이 가려워지다가 수포, 염증이 생기거나 붉은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브이 라인 테이프를 판매하는 사이트 후기를 살펴보면 사용 후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리프트 테이프 사용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피부가 얇고 민감하다. 불가피하게 사용할 경우 사용 시간을 최소한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얼굴이 처지는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피부가 처지는 주요한 원인은 피부 자체 문제가 아니라 피부밑 진피층과 근육이 탄력을 잃는 것이다. 진피층과 근육이 무너지면서 피부가 처져 보이는 것이다. 처지는 부위와 원인도 다양하다. 턱살은 노화로 탄력이 떨어지거나 지방이 많이 쌓여 피부가 처지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마나 뺨 부분이 처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처진 얼굴을 올리기 위해서는 리프팅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한다. 하지만 이 시술이나 수술은 중장년층 이상의 나이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 탄력이 좋고 지방 때문에 처진 경우에는 다이어트만으로도 충분히 리프팅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피부 탄력을 줄 수 있는 수분섭취와 채식 위주의 식습관, 한 시간 이상의 유산소 운동만 해도 수술 못지않은 얼굴 리프팅효과가 나타난다. 살이 빠지면서 자연적으로 지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굶거나 다른 방법으로 과다하게 살을 빼면 영양결핍으로 피부 탄력이 저하되면서 처질 수 있다.
유난히 피부 탄력이 없거나 중장년층인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우선, 얼굴을 이마, 볼살, 입 주위 세 부위로 나누고, 이마 부분을 낚싯바늘 형태의 실로 고정을 한 다음 두부에 홈을 내서 거는 엔도타인 리프팅이 있다. 뺨 부분은 귀 앞부분에 절개한 다음 안면근육을 부분적으로 절제한 후 처진 피부와 같이 봉합하는 미드페이스리프팅 수술법을 쓴다. 하관은 턱밑을 당기는 로우페이스리프팅이라는 시술을 한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는 모두 처진 정도가 심하거나 연령대가 높은 이들에게나 효과적이다. 젊은 층은 수술을 해도 큰 효과가 없다. 무턱대고 수술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대부분 다이어트로도 충분히 성형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장 효과 좋은 성형수술은 다이어트’라는 말은 턱선에 제일 먼저 적용된다.
류 전문의는 “과거 쌍꺼풀 테이프를 오랫동안 사용하다가 눈꺼풀 피부가 늘어지고 염증 때문에 생눈꺼풀이 처지는 부작용을 겪는 이들이 많았는데, 일시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충분히 검토도 안 된 도구로 얼굴과 피부를 혹사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부작용은 서서히 나타나는 만큼 당장 큰 이상이 없다고 해서 계속 사용하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